볼 것 없는 ‘월드 IT쇼’… 스마트·심플 실종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스마트 라이프, 심플 IT’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1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월드 IT쇼(WIS)’가 특별한 볼거리 없는 신제품 기근 현상에 무리한 참가업체 모집, 개최지 변경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해묵은 신제품 논란= 매년 개최되는 WIS는 국내 IT 관련 대기업이 참가하고 있지만 신제품 발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해외에서 먼저 공개하거나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제품 논란은 매년 있어왔다. 작년에는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선보인 갤럭시S3 공개를 미뤘고 OLED TV의 경우 행사 직전에 출품을 철회하는 등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커브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공개했지만 이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CES 2013’을 통해 선보인바 있다. LG전자 커브드 OLED TV와 삼성전자 갤럭시S4는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노트북, 모니터, 태블릿 등도 이미 시판 중인 제품이어서 전시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전시회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온 한 학생은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왔지만 기대에 비해 이렇다 할 제품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참가업체 미달, 부스비용 대폭 할인= 업체가 WIS에 참가하려면 부스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은 공식적으로 독립부스 260만원, 조립부스 300만원(모두 부가세별도)이다. 독립부스는 2부스 이상부터 신청이 가능하며 조립 1부스의 크기는 9제곱미터(2.7평)이 제공된다. 독립부스는 주로 참가 규모가 큰 대기업, 조립부스는 중소기업이나 단체 등이 주로 이용한다.
문제는 전시일이 다가오면서 참가업체가 부족하자 부스비용을 대폭 할인해 공급했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최측에서 적극적으로 참가를 권유해 전시회에 부스를 차리기로 결정했는데 참가업체가 부족해서인지 1부스당 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결국 주최측은 정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부스를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단체나 기관도 비슷한 가격에 부스를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신청을 하면 10% 할인 혜택이 주어지지만 오히려 막판까지 가격 협상을 했다면 더 저렴하게 전시회에 참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값주고 부스비용을 지불한 업체들만 ‘눈뜨고 코베인’ 셈이다.
◆내년만 부산서 개최= WIS는 작년까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이 공동주최했지만 올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고 있다. 미래부는 WIS를 세계적인 전시회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와 연계해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ITU 전권회의는 전 세계 193개 국가 대표가 모여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결정하는 총회로 내년 10월 부산에서 3주 일정으로 개최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5월이나 6월에 열렸던 전시회가 내년에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더구나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WIS는 2014년에만 해당되고 2015년부터는 다시 코엑스로 돌아와 열릴 계획이다. 미래부가 ITU 전권회의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전시회 일정을 변경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에서 WIS가 열린다는 소식에 몇몇 업체 대표들은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바이어가 부산까지 돌아서 찾아오겠는가?”라며 “WIS가 부산에서 열린다면 내년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엑스로 다시 복귀하는 과정도 특혜 논란이 될 수 있다. 코엑스는 연중 전시회가 쉬지 않고 열리는 공간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른지 오래다. 전시회가 새로 들어오는 것도 무척 힘들지만 한번 빠져나가면 재입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WIS 사무국 관계자는 “해외 기업 참가를 늘리기 위해 내년에만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WIS를 세계적인 전시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답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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