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계 진화된 데이터센터… LG CNS 부산 글로벌센터, 왜 중요한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11년 3월 어느날.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지진해일이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덮친다. 마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인근의 후쿠시마 원전마저 파괴돼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의 방사능까지 누출된다. 태평양의 해원이 눈부시던 해변의 마을과 도시들은 순식간에 죽음의 땅으로 돌변한다.
일본 열도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일본내 기업들은 결국 자신들의 전산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일본 지역 이외의 안전한 땅'을 찾게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자연재해에 대응이 일본 기업들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재앙'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그들이 선호했던 '안전한 지역'중 하나가 바로 부산이다.
일본 본토와도 가까운데다 한국은 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일본에서 원격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IT 맨 파워도 괜찮다.
국내 IT업계는 이러한 ‘일본 특수’를 잡기위해 노력했다.
2012년 12월, 마침내 LG CNS의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Global Cloud Datacenter, 이하 ‘부산 데이터센터’)가 착공 1년만에 놀라운 속도로 완성됐다.
국제업무지구인 부산 미음지구에 센터가 완공되자마자 2개의 일본 기업이 이미 이 센터의 고객사로 등록됐다. 계약규정상 일본 고객사의 실명 공개는 불가능하다.
LG CNS는 현재 20여개의 회사와 입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카카오톡, 그리고 LG그룹 계열사들이 고객사다. 현재 주센터의 가동율은 15% 정도이고, 직원수는 70명이다.
지금까지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구축한 데이터센터는 주로 서울및 수도권에서 대부분 100km~150Km 이내(용인, 천안, 안양, 인천 등)에 세워졌다. 서울, 수도권에 소재한 기업을 타깃으로 했기때문이다.
입지 논리로 볼때, LG CNS의 부산 데이터센터는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LG CNS의 부산 데이터센터는 일본의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믿고 맡길만한 '차별화된 인프라'를 갖췄다.
그중 가장 차별화된 것중 하나가 면진(免震)이다. 지진의 충격을 제거하는 장치다. 리히터규모 8.0의 지진에도 건물자체를 완벽하게 보존한다. 또한 센터의 위치는 해수면보다 6미터 높이에 위치한다. 일본의 평균 쯔나미 수위인 해발 4.5미터를 고려한 것이다.
비록 최초는 아니지만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IT아웃소싱 사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내 데이터센터의 수준을 한단계 이상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강력해진 데이터센터 = 2월15일, LG CNS는 부산 데이터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수많은 데이터센터를 보았지만 직접 면진 설계된 데이터센터를 육안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어떻게 지상 5층 연면적 3만232제곱미터(9777평)의 육중한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킬 수 있을까.' 쉽게 상상하기 힘든 기술이다.
이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는 규모의 확장, ICT기술의 발전, 쿨링시스템의 개선에 의한 전력, 그린 데이터센터화 등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수평적인 진화로 규정된다.
반면 면진은 데이터센터의 설계 사상 자체가 질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면진의 원리는 간단한다. 지진으로 오는 충격(진동에너지)이 직접 건물에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면진의 종류는 다양하다.
건물과 지상을 분리하는 방식외에 전산센터 서버실의 상면과 전산기기 사이를 분리하는 방식도 있다.(지진발생 시 상판과 하판 사이에 채워 넣은 볼(공)이 움직이면서 충격을 약화시키는 역할,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지난 2010년에 이를 적용)
물론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처럼 건물 자체를 지상과 분리시키는 방식이 훨씬 더 고도화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모델이다.
면진 설계의 특성상 부산 데이터센터에 지하실이 없는 것도 기존 데이터센터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부산 데이터센터에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댐퍼(고무패킹)가 데이터센터 건물을 지탱해주는 96개의 커다란 기둥밑에 삽입돼 있다. 면진의 비밀은 여기에서 나온다.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이 특수한 댐퍼는 마치 사람으로 치면 뼈와 뼈를 이어주는 연골처럼 충격을 흡수한다.
육중한 건물을 안전하게 떠받치는 고무패킹은 두 종류다.
적층고무(NRB)와 고무 중간에 납이 삽입된 납플러스(LRB)타입이다. 물론 고무로 표현되긴하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그냥 딱딱한 대리적 돌덩어리 같다.
LG CNS측은 "두 가지 타입이 공학적으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적층고무로만 기둥을 설계했을 경우 건물의 진동이 멈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때문이다. 반면 납 기둥은 빠르게 진동을 멈추게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이 특수한 고무패킹은 우리보다 앞서 면진 데이터센터 기술을 갖췄던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면진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경우, 보다 진일보한 설계기술및 요소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면진 센터의 원리가 간단하다고해서 구현 기술까지 간단한 것은 아니다.
면진 데이터센터 자체에 이미 수많은 면진 관련 특허 기술이 빼곡하게 숨어있다. 심지어 내부 계단의 난간도 단절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충격의 전이를 최소화했다.
당연히 설계비용 등을 고려할때 면진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구축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관련 LG CNS측은 "총 공사비를 기준으로 약 9%~10% 정도 더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설계비 등만 따로떼내 계산하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추론할 수 있다.
◆친환경 - 저전력 설계, 그린 데이터센터 구현 =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는 주조종실의 양쪽 변멱을 초록색 화초가 담겨진 화분으로 쌓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다. 친환경 그린데이터 센터를 지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LG CNS는 기존보다 진일보한 공냉식 냉각기법을 적용함으로써 저전력 설계구조를 강조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전산기기에서 나오는 열을 흡수하고 일정 온도 이하로 공간을 냉각(쿨링)시켜야만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LG CNS는 부산 데이터센터에 기존보다 효율성을 크게 높인 '빌트업 공조'기술을 적용했다.
빌트업(Built up) 공조 기술이란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끌어와서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고, 거기에서 생성된 서늘한 공기를 다시 내부 기기실로 들어보내는 기술이다. 이같은 빌트업 공조는 이미 지난 2009년 LG CNS 가산센터(서울) 설계때 적용된 바 있다.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생성된 뜨거운 공기를 뿜어내는 공기 굴뚝인 '풍도'가 존재한다.
기존 국내에서 선보인 공냉식 기술은 기온과 습도의 제약으로 겨울철을 중심으로 3~4개월 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는 이 빌트업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혹서기를 제외한 8개월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그만큼 저전력 운영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부산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전력효율지수(PUE)를 1.4 수준으로 목표하고 있다. 이는 단연 국내 데이터센터중 최고 수준(세계 데이터센터 평균은 1.8)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부산 데이터센터와 같은 수전전력 4만KVA 급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PUE를 1.8에서 1.4로 낮출경우 시간당 3200kwh의 냉방전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일반 가정집 584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력을 절감하는 셈이다.
물론 부산 데이터센터는 외부 공기가 더운 여름철 혹서기에도 에어컨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냉축열'을 활용함으로써 '차가운 공기'를 싼 값에 만들어 낸다.
전력 요금이 싸게 적용되는 야간에 13만개의 얼음볼(Ice Ball)을 만들어놓았다가 다음날 주간에 얼음볼에서 생성되는 차가운 공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에는 특이하게 2개의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는 IBM이 공급한 것이지만 여기에 부착된 공조시스템은 LG CNS가 특허를 가진 기술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컨테이너 데이터센터에는 발열량이 특히 높은 서버들을 따로 관리하는데 적합하다"고 용도를 설명했다.
◆국내 IT서비스 빅3, 글로벌 IT아웃소싱 경쟁 촉발= 아무리 건축기술이 발달했다고는하나 LG CNS가 불과 1년만에 이 방대한 데이터센터 건물을 완성하고, 또 거기에 특수하고 복잡한 공조기술까지 마무리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데이터센터 구축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센터 건물 내부에는 페인트와 내부 마감재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가 여전하다. 주변 조경이 마무리되지 않아 바깥 풍경은 황량하다.
LG CNS측은 "마침 공사기간중 날씨가 좋았고 태풍도 지나가지 않았기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본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들을 경쟁사들 보다 먼저 유치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을 회사 관계자들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LG CNS 부산 글로벌 센터는 '완성형'이 아니다. 현재 주센터동만 완성됐을뿐 나머지 4개 동을 더 만들어야 한다.
LG CNS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글로벌 딜리버리서비스 센터(GDC)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 파크(DC)'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딜리버리서비스 센터'는 IBM 등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인도의 뭄바이나 싱가포르, 중국의 상하이, 따이렌 등 주요 허브 지역에 설치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IT아웃소싱 인프라다. 수만명의 IT개발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주문받은 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콜센터 등 원격 비즈니스 지원업무도 수행한다.
LG CNS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특정짓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같은 글로벌 IT아웃소싱 사업을 위한 '데이터센터 허브'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글로벌 딜리버리 서비스센터와 같은 IT아웃소싱 비즈니스는 최첨단 데이터센터와 테스트 설비외에 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SW개발 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인 리스크(Country Risk)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이어야하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세제지원도 이뤄져야한다. 어떤 것은 LG CNS의 능력밖에 있는 요소들이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센터 허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시설과 인적자원, 제도적측면 모두에서 홍콩, 싱가포르를 뛰어 넘어야한다. 현재로선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산 데이터센터와 같은 노력의 결과물들이 꾸준하게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황량한 벌판위에 놓여있지만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는 우리 IT산업의 발전적인 진화를 위해 높게 평가받아야 할 의미있는 첫 발자국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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