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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40조 쌓아둔 삼성전자, 올해 투자 축소? M&A 적극 나서나?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시설투자액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에선 ‘투자 확대’냐 ‘축소’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는 매년 1월 당해연도 시설투자 계획을 밝혀왔으나 올해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황 때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호황 때 왕창 거둬들였던 삼성전자의 경영 방식 바뀌고 있는 으로 해석했다. 시설투자 대신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25일 열린 2012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경기 불안이 계속되고 세트 및 부품 업계의 시장 구도가 변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며 “경기 및 수요 회복,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상황에 맞게 투자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23조원을 썼다. 반도체에 14~15조원, 디스플레이에 5조원을 투입했다. 당초 계획했던 25조원 대비 2조원 가량 줄어든 것인데, 삼성전자는 이 수준에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투자 확대는 사실상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첨단 공정 전환에 집중하고 시스템LSI는 28나노 비중 확대 및 차세대 공정으로의 전환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스플레이는 중국 공장 준비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여력 증가, 미래 기술 확보 투자에 집중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투자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되 신규 투자는 자제하고 보완 투자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고 장비 업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사실상 4개 업체로 재편됐고, 애플 역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어 메모리나 시스템LSI 모두 신규로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성 17 시스템 반도체 라인의 완공 속도를 늦추기로 하는 등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중국의 높은 관세 때문에 현지에 짓고 있는 LCD 공장 투자를 늦추기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투자의 키는 대면적 OLED와 플렉시블인데 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투자가 늘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 경쟁력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설투자를 줄이는 대신 부족한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M&A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 발표를 통해 전사차원의 M&A와는 별개로 주요사업부와 실리콘밸리의 오픈 이노베이션센터가 소규모 M&A를 주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37조4500억원이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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