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인메모리①]“디스크는 잊어라”…인메모리 전성시대 열린다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산업은 거의 오라클의 독점이다. 정부공공, 금융, 제조, 유통, 병원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오라클은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DBMS 업체들은 오라클과 전면 경쟁하기 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취했다. 알티베이스가 대표적이다. 알티베이스는 오라클 DB와 정면에서 맞붙지 않고 오라클이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았던 영역인 ‘메인메모리 DBMS' 시장에 주목했다.
메인메모리 DBMS는 데이터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아닌 메인메모리에 올려두고 모든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는 디스크 I/O가 필요 없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월등하게 빨라진다. 알티베이스는 이 시장에 주력해 국내 메인메모리 DBMS 시장을 장악했고, 이를 기반으로 오라클이 포진하고 있는 범용 DBMS 시장으로까지 진출을 선언했다.
알티베이스가 메인메모리 DBMS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인메모리 DBMS는 주로 증권사 등 금융권의 거래처리, 통신사의 빌링 등 처리 속도가 최우선시 되는 시스템에만 사용됐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오라클은 초기에는 규모가 작은 이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알티베이스는 시장을 선점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후 오라클이 타임스텐을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알티베이스는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인메모리 DBMS가 틈새시장이 아닌 주류 시장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인메모리(In-Memory)’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로 떠올랐다.
가트너 2012년 전략기술 트렌드 예측에서 8순위로 인메모리 컴퓨팅을 꼽은 바 있고, 2013년 예측에서도 ‘인메모리 컴퓨팅의 주류화’를 IT트렌드 중 하나로 선택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처리속도가 가장 중요한 시스템 일부에 사용됐던 인메모리 기술은 모든 일상적 거래와 업데이트, 분석 등 기업의 모든 업무에 활용될 전망이다. 처리 속도, 조회의 품질,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모두 크게 향상되면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은 이전의 디스크 기반 모델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중소기업이나 주력으로 삼았던 이 기술에 글로벌 IT기업들이 우후죽순 뛰어들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IT기업은 SAP다. SAP는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상에 올려두는 HANA라는 솔루션을 앞세우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인메모리 컴퓨팅을 디스크 기반 컴퓨팅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반면, SAP는 인메모리로 모든 것을 처리하자는 접근법을 내세우고 있다.
DBMS 시장의 최강자 오라클도 지난 해 하반기 ‘오라클 엑사데이터 데이터베이스 인메모리 머신’을 새롭게 선보였다. 오라클 엑사데이타는 이전까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피니밴드 네트워크 등을 내세웠지만, 신제품은 인메모리를 통해 근본적인 속도 개선을 이뤘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는 “디스크 드라이브는 이제 구식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모든 것(데이터)는 메모리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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