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IT 결산/게임] 정부 규제 기조 속 모바일게임 대박 행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2년은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가 본격화된 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셧다운제에 이어 올해는 게임시간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 아이템거래업자 규제, 온라인 고스톱·포커게임 규제가 이어졌다. 게임 규제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낸 한해였다.
올해는 예상치 못한 모바일게임 대박 행진도 화제가 됐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게임 플랫폼이 오픈된 이후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국민게임으로 불릴 만큼 크게 성공한 게임이 속속 나온 것이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주도한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게임에 눈 돌린 정부, 각종 규제 이어져=지난해 강제적 셧다운제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각종 규제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 시행된 규제는 여성가족부가 주도한 셧다운제와 달리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앞장섰다.
올해 7월 시행된 게임시간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제도로 정부가 이를 의무화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업체는 자녀의 게임 이용 현황을 부모에게 고지하고 부모는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게임시간선택제 시행 후 한달간의 이용자 호응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요 게임포털 하나만 해도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데 고작 8500여개 계정에 게임시간선택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는 매출 타격을 우려한 업계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의 제도 활성화 의지의 부족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아이템거래업자 규제는 반기별 1200만원 이상의 아이템을 거래하는 말 그대로 업자를 겨냥한 제도다. 문화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60% 이상이 오토프로그램(자동사냥을 가능하게 하는 불법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획득한 비정상적인 아이템으로 보고 규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웹보드게임 규제는 고스톱·포커류 게임이 사행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1회 최대 베팅 규모 1만원 제한 ▲1일 10만원 이상 손실 시 48시간 게임 이용 제한 ▲월간 게임머니 구입 30만원 제한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본인확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고스톱·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강력한 규제 때문에 게임을 선용하는 이용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이에 문화부는 국민들이 피해를 봤기에 업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여 정부와 업계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모바일게임 뜨고 온라인게임 지고=올해 정부 규제로 침체된 업계에 예상치 못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다. 하루 1000만명이 즐기는 모바일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카카오톡(카톡) 게임으로 첫 대박 사례를 기록한 애니팡 얘기다.
애니팡은 단순한 퍼즐게임이다. 콘텐츠 자체로만 보면 십수년전 등장한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카톡과 게임이 결합돼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지인들과 순위 경쟁을 가능하게 만든 소셜 기능이 흥행을 도왔다. 입소문 효과에 더해 게임에 접근하기도 수월해 40~50대 게임 이용자들도 적잖게 늘어났다. 하루 1000만명이 즐기는 게임의 탄생 배경이다.
이후에도 캔디팡과 드래곤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 카톡 게임의 흥행이 이어졌다. 카톡 플랫폼의 입점 자체가 마케팅 효과로 이어진 결과다. 카톡 게임 중에는 중소기업의 게임이 다수를 차지한다. 벤처가 성공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
이에 반해 온라인게임은 체면을 구긴 한해였다. 올해 신작 가운데 이렇다 할 성공작을 꼽기가 힘든데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디아블로3 등 외산 게임의 강세로 국내 온라인게임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기존 온라인게임의 성장 둔화와 신작의 부진이 겹치면서 중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급기야 대형 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마저 희망퇴직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인력 확충에 나서는 것과는 대비된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숨고르기 중이다. 올 연말을 거쳐 내년에 출시될 온라인게임들이 부진할 경우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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