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ICT 결산 ④모바일 디바이스] PC ‘지고’, 태블릿 ‘뜨고’
올해 ICT 시장에는 굵직한 사건·뉴스들이 적지 않았다. 해외에서 진행되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대의 소송전이 국내로 확산됐다. 통신 분야에서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이 활짝 열리며 새로운 경쟁지형을 만들어냈다. 방송 시장에서의 사업자간 분쟁도 여전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며 IT서비스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SNS 기반의 게임이 득세하며 새로운 게임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디지털데일리>는 2012년 한 해 동안 각 ICT 분야 및 정책측면에서 어떤 굵직한 뉴스가 있었는지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한 불황과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PC 시장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3억6400만대를 기록해 작년보다 100만대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줄어든 PC 수요는 태블릿이 대신 채우고 있다. IDC는 올해 태블릿 출하량을 1억1710만대에서 1억2230만대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6년 태블릿 판매량도 2억8270만대로 높였다.
전통적인 PC, 그러니까 데스크톱PC와 노트북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에 태블릿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PC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0월 26일 출시한 차세대 OS ‘윈도8’도 변화의 중심인 태블릿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윈도8 출시는 새로운 OS가 등장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MS는 윈도8을 선보이면서 ‘서피스’라는 이름의 태블릿을 동시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MS가 애플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와 OS를 동시에 개발해 판매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윈도 OS를 장착한 태블릿은 올해 486만대에서 2016년 4364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태블릿 시장에서 윈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PC 시장 역학구도의 변화=PC 시장의 부진은 기업 사이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HP, 델과 같이 PC 시장에서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해온 업체가 약세로 돌아섰다. 대신 레노버, 에이수스 등이 새롭게 부각됐다.
특히 레노버는 신흥 및 성숙 시장으로 나눠 PC 수요 추세에 맞춰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펼치는 ‘프로텍트 앤 어택’ 전략을 바탕으로 3분기 전 세계 PC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레노버가 다른 PC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장 다변화에 발 빠른 대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PC플러스(+)’ 전략도 눈여겨 볼만하다. 레노버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씽크패드뿐 아니라 기업용 PC 브랜드까지 모두 가져왔다.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둔 셈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스마트 기기 시장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PC 시장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레노버는 중국과 신흥시장에서의 성장률을 바탕으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양대 PC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우선 삼성전자는 정기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통해 PC를 담당하던 IT솔루션사업부를 폐지했다.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PC사업을 무선사업부 산하로 통합한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 PC 사업은 무선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반적인 전략은 물론 향후 선보일 제품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수익성이 높은 ‘시리즈9’과 같은 울트라북과 일체형PC는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무선사업부의 장점인 통신 기능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윈도8 태블릿 ‘아티브 스마트PC’의 경우 이동통신사와의 결합상품 형태로도 출시될 계획이다.
LG전자도 기본적인 틀은 삼성전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PC사업부 수장은 HE사업본부 IT사업부장 이정준 부사장에서 TV연구소장이었던 권일근 전무를 내세웠다. 권 전무는 TV연구소장을 담당하면서 3DTV, 스마트TV 등 LG전자 TV 사업 전반의 성공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하나다.
제품은 태블릿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울트라북과 같은 노트북, 일체형PC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두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여기에 태블릿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스마트 카메라의 등장=모바일 디바이스의 또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도 올해 많은 변화가 진행됐다. 우선 콤팩트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이 조금씩 위축되고 있는 상태다. 카메라 업계에 따르면 고화소 스마트폰으로 인해 매년 2~3%씩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미러리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6586대에서 2010년 9만 8537대, 2011년 12만 3871대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시장 전망도 밝다. IDC는 전 세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지난해 200만대에서 올해 550만대, 오는 2014년에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는 올림푸스가 내부 조직 정비 등의 이유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대신 니콘이 치고 나온 것이 특징이다. 처음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 캐논과 함께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두 업체는 20% 가량의 시장점유율 확보가 1차 목표로 알려졌다.
DSLR 카메라에서는 풀프레임 규격 CMOS 이미지센서(CIS)를 장착한 모델이 잇따라 선보였다. 니콘은 9월 ‘D600’, 캐논이 11월 ‘EOS 6D’로 풀프레임 DSLR 카메라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급형 DSLR 카메라는 캐논 ‘EOS 650D’가 6월, 니콘 ‘D5200’이 12월에 각각 출시됐다.
카메라의 스마트 바람도 올해 주요 트렌드가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 카메라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이미 지난 2009년 와이파이를 내장한 카메라를 선보였고 안드로이드 OS와 롱텀에볼루션(LTE)을 접목한 ‘갤럭시카메라’도 출시한 상태다.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소니와 니콘이 가장 적극적이다. 소니는 본체 내부에 와이파이를 내장하고 제품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니콘의 경우 와이파이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호환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캐논은 EOS 6D에 와이파이, 위성항법장치(GPS)를 내장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원격 제어도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콤팩트→미러리스→DSLR 카메라 순으로 스마트 기능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콤팩트 카메라는 스마트폰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어 스마트 기능을 채용하는데 더욱 적극적이다. OS로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러리스, DSLR 카메라의 경우 렌즈를 교환할 수 있어 스마트폰과 경쟁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와이파이, GPS, 블루투스 등을 기본적으로 내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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