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도체 집적 밀도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회로 선폭을 10나노급으로 줄이려면 현재의 이머전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의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광(露光)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가장 핵심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이다.
15일 EE타임즈는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EUV 리소그래피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체적으로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나와 있는 테스트용 EUV 노광 장비는 광원 에너지가 부족해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기존 이머전 장비 대비 15분의 1 혹은 3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 기관인 IMEC의 쿠르트 론세 이사는 “EUV 노광 장비용 광원은 지난 3년간 20배 강해졌지만 상용화하려면 지금보다 20배나 더 강해져야(500~1000W) 한다”며 “EUV가 대안인 것은 확실하지만 2년 이내에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UV 노광 장비의 개발 지연으로 반도체 업계는 미세 공정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론세 이사는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로 회로 선폭이 14나노인 제품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 기술 개발은 16~17나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인텔은 내년 기존 이머전 장비를 활용해 14나노 공정의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5년까지 EUV 장비 도입이 불가할 경우 노광 공정을 5회 반복하는 다(多) 패터닝 공정으로 10나노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대안도 발표했다. 다만 이런 방법을 활용할 경우 생산성 저하 및 재료비 증가로 공정 전환에 따른 이익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인텔과 삼성전자 TSMC는 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는 네덜란드 ASML에 수조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