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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락펴락’ 부품 업계 생명줄 거머쥔 ‘큰손’ 애플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업체 대부분이 애플 부품을 생산하는 아이팩토리(iFactory)로 전락했다.”

“혁신 제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애플은 세계에 군림하는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생살여탈(生殺與奪)의 권한을 휘두르는 부품 생산 현장이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최근 ‘일본 내 애플의 부품 공급망’을 분석, 이 같이 보도했다. 혁신 제품으로 매 분기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부품 업계의 ‘큰손’ 애플이 일본 전자 업체들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이아몬드는 애플에 부품을 대던 한 부품 중소 업체의 파산 사례를 소개하며 ‘애플 의존 증후군’의 폐해도 지적했다.

◆애플 의존도 높으면 망할 수도=소형 카메라용 자동초점(AF) 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본 중소 업체 시코는 애플에 해당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었다. 시코는 애플이 주문을 늘릴 것에 대비해 2010년 증자를 실시, 5억엔을 조달해 증설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4S부터 시코 부품을 쓰지 않았다.

애플은 시코가 부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첨단 설비를 도입할 만한 재무적 여력이 없다는 것을 비밀 조사를 통해 판단했다. 이후 최첨단 자동 생산 설비를 도입할 수 있는 알프스전기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사례는 애플이 부품 업체의 재무 및 설비 투자 여력까지 살펴본 다음 매우 체계적, 과학적으로 가격을 깎는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코는 애플과의 계약이 끊어지자 지난 8월 10일 85억엔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다이아몬드는 “시코가 어떻게든 투자를 해왔고 납기를 지켜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시코 관계자는 “애플 구매 담당자는 생산 능력을 계속 늘리라고 압박했다”며 “그러나 대규모 계약은 없었다”고 말했다.

◆애플 공장으로 전락한 일본=다이아몬드는 시코와 같은 중소업체 뿐 아니라 샤프,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와 같은 일본의 간판 전자 업체들도 애플 주문이 들어와야만 공장을 가동하는 아이팩토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아쿠오스’를 생산하던 샤프의 카메야마 제 1, 2공장은 애플 아이폰5와 신형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LCD를 생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샤프에게  애플의 주문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파산 신청을 한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모바일 D램을 대규모로 주문한 이후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은 100% 가동되고 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동경한 소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소니는 세계 1위의 카메라 센서(CIS) 업체다. 애플은 소니에서만 CIS를 공급받는다. 그러나 소니가 생산하는 CIS 물량 50~60%가 애플에 공급되는 만큼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애플 전략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니 관계자는 “올해 초여름 아이폰 수요가 둔화됐을 때 CIS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는 “애플은 혁신 제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세계에 군림하는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스타 경영자와 인기 좋은 혁신 제품의 이면에 있는 진정한 애플의 정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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