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5 전망 과연 어두어졌나?…마크 주커버그의 숨겨진 반전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11일(미국 서부시각)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CEO가 매우 인상적인 고백을 합니다.
바로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HTML5에 너무 많이 베팅한 것”이라는 발언입니다.
HTML5는 IT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세대 웹 표준 언어입니다. 웹브라우저만으로 동영상이나 오디오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고 캔버스(Canvas)와 벡터 그래픽(SVG)을 통해 그 동안 웹 언어만으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플래시와 같은 외부 플러그인 기술에 의존야 했던 일을 브라우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IT업계에서 HTML5는 앞으로 꼭 가야 할 길로 여겨졌습니다. 구글이나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조차 HTML5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차세대 웹 표준 HTML5 확산 추진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HTML5에 대한 기대가 충만한 상황에서 주커버그 CEO의 “최대 실수” 발언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본 받아 HTML5 도입과 활용을 강화하려고 했는데, 이런 발언이 나온 것입니다. 나폴레옹을 따라 산에 올랐더니 “이 산이 아닌가봐”라고 외치는 격입니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iOS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HTML5 기반으로 개발했습니다. 얼핏보면 네이티브 앱처럼 보이지만, 콘텐츠가 HTML5로 쓰여진 하이브리드 앱입니다.
이 앱은 시작과 반응이 느려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의 새소식 하나 확인하려면 적지 않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지난 8월 새로운 iOS용 모바일 앱을 선보였습니다. 이 앱은 HTML5가 아닌 오브젝트-C로 개발됐습니다. 그 결과 이전 모바일 페이스북 앱에 비해 훨씬 빨라졌고, 다양한 기능도 추가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커버그 CEO의 “최대 실수”발언과 페이스북의 새로운 iOS용 모바일앱의 등장이 앞으로 페이스북이 HTML5에 관심을 끊겠다는 의미일까요.
보도된 주커버그 CEO의 발언에는 다소의 함정이 있습니다. 주커버그 CEO가 최대 실수라고 언급한 것은 자신들이 HTML5에 “너무 많이(too much)” 베팅한 것이지, HTML5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닙니다.
보도되지 않은 발언을 보면 주커버그 CEO는 “HTML5가 나쁜 것은 아니다. 나는 사실 장기적으로 HTML5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it 's not that HTML5 is bad. I'm actually, on long-term, really excited about it)고 말했습니다.
주커버그는 HTML5로 인해 벌어진 문제가 ‘시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사실 페이스북에는 전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웹 개발자들이 모여있습니다. 아무래도 최신 기술을 자랑하고 싶은 이들은 HTML5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주커버그 CEO의 발언은 아래입니다.
“iOS나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들보다 모바일 웹을 통해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모바일 웹은 우리에게 매우 큰 존재다(One of the things that 's interesting is we actually have more people on a daily basis using mobile Web Facebook than we have using our iOS or Android apps combined. So mobile Web is a big thing for u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보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웹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 모바일 앱 이용자들과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HTML5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 요소입니다. 모바일 웹에서는 지속적으로 HTML5를 이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발언을 종합해 보면 페이스북은 여전히 HTML5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HTML5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나갈 것임을 시사합니다.
많은 개발자와 개발사가 HTML5와 네이티브 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iOS, 윈도폰 등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맞춰 네이티브 앱을 개발하는 것은 중소 개발사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HTML5에만 의존하기에는 아직 속도나 기능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당장은 네이티브 앱을 이용하면서 HTML5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겠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이에 대해 HTML5 전도사로 평가받는 웹기술연구소 조만영 대표는 “당분간 HTML5와 네이티브 앱의 성능을 1대 1로 비교하면 네이티브 앱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면서도 “앱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여력이 있고 앱의 성능이 중요하다면 네이티브 앱을 활용하고, 이기종 플랫폼에 쉽게 대응하고자 한다면 HTML5를 선택하는 등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하드웨어가 발전할수록 HTML5의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3의 경우 하드웨어와 브라우저가 최적화 돼 있어 HTML5가 문제없이 돌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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