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 정보통신망법 확산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 - 인터넷서비스업계 “주민번호 파기에 속도 붙을 것”
[디지털데일리 이민형·이대호 기자]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판결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포털, 게임업체들과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
23일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인터넷 게시판의 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이면 본인확인을 의무로 규정한 ‘제한적 본인 확인제’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의 의미를 밝혔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게시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는 사용자들의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이 법은 지난 2004년 공포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포함된 ‘인터넷 실명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악성댓글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7년 정보통신망법에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이름으로 제정됐다.
이번 위헌 판결로 인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주민번호 파기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해 SK커뮤니케이션즈 해킹사고가 발생할 당시 네이버, 다음 측은 “제한적 본인확인제로 인해 쉽게 주민번호를 파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포털업계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로 인해 주민번호 파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포털사이트 특성 상 댓글서비스는 빠질 수 없다. 주민번호를 파기할 경우 사용자들은 댓글을 달 때마다 본인확인기관을 통해 주민번호를 재확인해야한다. 포털의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번거롭다.
그러나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위헌판결을 받음에 따라 포털업체들이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됐다.
다음 측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며 “표현의 자유 등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해온 규제였고 국내 기업에만 적용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분이 해소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NHN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는 사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의 주민번호도 파기할 계획”이라며 “이번 위헌 결정으로 사용자들에게 좀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도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 인해 지난 4,5년간 인터넷 상에서 새롭게 나올 수 있었던 사업들이 (시스템 구축 등 문제로) 못 나온 부분이 있다”며 “개인정보 수집의 단초역할을 했던 규제가 위헌 결정나면서 업체들의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실 이번 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판결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연동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년 업무보고서에도 ‘제한적 본인확인제’ 폐지가 들어있을 만큼 이번 위헌 판결은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며 “그러나 인터넷 상 언론, 출판의 자유를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위헌 판결로 지난 18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확산도 더 탄력받을 전망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 상 사용자 주민번호 수집, 활용을 금지하는 법령이 주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