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산업과 달리 ICT의 경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후진국형 정부주도형 진흥정책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여전히 우리나라는 ICT 강국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ICT 강국과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여전히 정부가 ICT 진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삼성전자 착시효과’를 주장하고 있고 반대편은 정부가 민간의 빠른 의사결정과 전문성을 따라갈 수 없는 만큼, 민간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래저래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삼성전자는 뜻하지 않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위상 전체 무역적자 상쇄하고도 남아=지난해 IT 수출은 1569억달러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다. 무역수지는 IT산업이 754억달러로 전체 산업의 수지를 2.3배나 상회한다. 무역수지 흑자에 1등 공신인 셈이다.
IT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반도체와 휴대폰이다. 반도체는 501억달러, 휴대폰은 369억달러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313억달러, TV 78억달러, 컴퓨터 76억달러 등이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출액은 101조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5%를 차지한다. IT 전체 수출에서도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담당하는 셈이다. IT 수출이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생태계와 ICT 정책추진체계'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거대 ICT 독임부처를 만드는 것에 대해 "그동안은 시장에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기능을 대체하고 육성정책을 시행해왔다"며 "하지만 오늘날 ICT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도 많이 성장하고 정부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ICT는 세계 수준에 도달한 산업인데 후진국형 성장정책을 계속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드웨어 경쟁력만 으뜸…지금은 CPND 시대=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ICT 강국 이미지는 '삼성전자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IT 수출이 2년 연속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ICT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W 수출은 12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무역흑자에 절대적으로 공헌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만한 수준이 아니다. 글로벌 ICT 시장이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는 D를 제외하고는 공백상태라는 것이다.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는 "삼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국가경제 전체를 보면 우리 경제구조가 얼마나 취약하고 불균형한지를 알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정부조직 구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IT 하드웨어 수출로 적자를 메우는 것 못지않게 이제는 소프트웨어 진흥에 초점을 맞추는 정부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진우 고려대 교수는 "우리는 CPND에서 D를 제외하고는 공백상태"라며 "IT 강국이라는 제조를 떠나서 CPND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