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2년 가까이 미뤄온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그러나 설비 투자를 신규로 가져갈 것인지 국내 설비를 이전해갈 것인지를 놓고 여전히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LCD 수입 관세를 높이는 방법으로 투자 압박을 가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서둘러 공장 건설을 시작했지만, 이후 설비 투자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LCD 시황이 좋았던 2009년 중국에 공장을 지어 현지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하반기 글로벌 재정위기 등에 따른 TV 수요 감소는 LCD 패널의 공급 과잉→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 감소→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의 투자 승인이 떨어졌지만 삼성과 LG는 공장 착공을 2년 가까이 미뤄왔다. LCD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장을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 달부터 32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의 수입 관세를 기존 3%에서 5%로 인상하면서 더 이상 착공을 미룰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설비 투자는 삼성과 LG의 고민거리다. 양사의 당초 계획은 ‘신규 투자’였다. 그러나 신규 투자를 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크고 아직 공급 과잉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위험성이 높다. 유럽발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당장 업황이 좋아지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국내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설비를 이전하는 동안 LCD 생산량이 줄어드는 데 따른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내 8세대 설비 일부를 중국으로 옮길 경우 빈 공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LCD 투자액은 당초 계획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광저우에 40억달러를 투자해 월 12만장의 LC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업황이 바닥인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방법을 6월말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에 30억달러를 투자해 월 10만장의 LC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