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2년 전 쓰리콤을 인수한 HP는 네트워크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시스코가 독주해온 네트워크 시장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스코를 겨냥해 “네트워크의 룰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 행보를 시작했고, 개방형 표준을 강조해 왔다. 그동안에 HP는 계속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전방위 IT 솔루션 제공 능력을 기반으로 한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구현하는 ‘컨버지드 네트워크’를 제공한다고 하더니, 지난해에는 본격적인 ‘플렉스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비용효율적으로 단순하고 민첩하며 성능과 확장성이 보장된 유연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겠다고 공언했다.
때마침 IT융합화와 더불어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확산으로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고 있어, 이 조류에 맞아 떨어진 네트워크 전략을 마련했다.
올 들면서 HP는 새로운 네트워킹 표준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오픈플로우(OpenFlow)’ 주도권 확보에도 나섰다.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망설이거나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HP는 ‘오픈플로우’를 지원하는 16가지 스위치 제품군을 선보였다.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오픈플로우’ 테스트베드 60여개도 확보했다. HP는 올해 안에 오픈플로우 지원을 모든 스위치 제품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확신하는 오픈플로우 상용화 시대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오픈플로우’는 대학에서 6년 넘게 연구해오다 이제 상용화 시대에 접어든 새로운 네트워킹 기술이다. 고정된 하드웨어 특성이 강했던 네트워크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소프트웨어같은 네트워크, 즉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을 구현한다는 전혀 새로운 시각과 개념으로 접근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네트워크 통제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또 네트워크 구성과 운영관리 복잡성을 크게 해소하고 단순화된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어 현실적인 문제도 당장 해결할 수 있다. 시장에서 큰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지점이다.
6일 국내에서 오픈플로우 스위치 출시를 공식 발표하면서 조태영 한국HP 네트워킹 총괄 상무는 “‘오픈플로우’는 네트워크 시장 지각변동과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새로운 기술”이라면서, “HP는 가장 적극적으로 ‘오픈플로우’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물론이고 통신사업자들과 주요 IT기업들이 오픈플로우 기술 연구개발, 표준화를 주도하는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관측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많은 업체들 중에서 HP가 먼저 치고 나왔다. 브로케이드, 익스트림네트웍스도 오픈플로우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의외로 IBM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BM은 앞서 NEC와 협력해 오픈플로우 지원 스위치를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이다.
영역파괴가 가속화되며 계속 변화하는 IT 시장에서 네트워크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HP의 움직임과 그 성과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