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적자에 허덕였던 세계 3위 D램 업체 일본 엘피다가 독자 생존을 포기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되자 국내 증권업체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실적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파산보호 관리를 받게 되면 설비 투자 집행에 제약이 있을 것이고 정상적인 생산 및 영업 활동이 어려워져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내용이다. 파산보호 신청 이후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고 회사가 공중 분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8일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가 파산보호를 받게 되면 법원 측으로부터 설비투자 집행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와 달리 설비 투자 없이는 원가 경쟁력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엘피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정상적인 생산 및 영업활동이 어렵게 된 만큼 고객들은 다른 기업으로 거래처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D램 공급의 약 6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집중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이 D램 공급 축소→가격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엘피다가 단계적인 생산 감축 과정에 돌입, 1~2분기 내에 히로시마 공장의 일부가 매각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반기 세계 D램의 생산 여력은 약 5% 이상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평균판매가격이 기존 예상대비 5%포인트 상향될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영업이익이 각각 9410억원과 5600억원 수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엘피다의 구체적인 구제방안을 살펴봐야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긍정적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엘피다가 2009년 파산한 키몬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하이닉스는 워크아웃을 통해 자산매각과 감자 이후 부채 출자전환 및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극적으로 회생에 성공했지만 키몬다는 파산보호신청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해 서서히 D램 산업에서 퇴출됐다”며 “엘피다는 하이닉스보다 키몬다의 경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엘피다는 27일 이사회를 통해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위한 파산보호 청원을 결의했고 도쿄 지방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를 접수한 도쿄 지방법원은 엘피다의 채권 채무를 동결시켰고, 법정 관리인을 선임했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3월 28일 엘피다를 상장 폐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