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인텔코리아의 본사 매출 기여도 순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인텔코리아는 3년 안에 인텔재팬의 매출 기여도를 뛰어넘게 될 겁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성장세가 놀랍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와는 지난 8일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우연찮게 만났다. 그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참관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던 길이었다.
한국의 전자·IT 대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국내 진출한 외국계 부품 업체의 매출 성장세가 대단히 높다. 본사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국 기업에 공급하고, 중계 수수료로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업체 제품의 판매량이 확대될수록 더 높은 실적을 올리게 돼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의 PC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본사도 삼성전자와 인텔코리아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만 하더라도 연간 PC 판매량이 260만대에 그쳐 세계 점유율 순위 10위권 안에도 끼지 못했다. 그러나 매년 30% 이상 판매량을 확대하며 2010년 처음으로 연간 PC 판매량 10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40% 가까이 성장한 140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올해 삼성전자는 1900만대의 PC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인텔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인 인텔 세미콘덕터로부터 인텔 CPU를 들여와 국내 삼성전자 등의 업체로 중계하는 수수료 실적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인텔 본사의 연결 재무제표 작성 시 인텔코리아의 매출 기여도는 상계·제거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운데에선 최고 수준”이라고 이희성 대표는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텔 CPU 채용 비율이 97%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100% 인텔 CPU만 쓴다. 인텔 내부에선 이처럼 PC 제조업체가 자사 CPU를 100% 채용하면 풀 얼라이먼트(Full Alignment)를 맞췄다고 표현하는 데,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사례는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인텔이 인수한 통신칩 업체인 인피니온의 매출 실적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강국 한국에 위치한 인텔코리아가 향후 3년 안에 인텔 재팬의 본사 매출 기여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이희성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인피니온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통신칩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이처럼 인텔코리아의 본사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희성 대표가 차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희성 대표와 연세대학교 글로벌 MBA 과정을 함께 밟은 한 지인도 “이 대표의 중단기 목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에는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속해 있다. 현재 인텔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는 나빈 쉐노이(Navin Shenoy)가 맡고 있다.
인텔 본사에서도 이희성 대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 전자·IT 업체로 거듭난 삼성전자 및 인텔 본사의 핵심 경영진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ES 기간 중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폴 오텔리니 CEO와 회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희성 대표였다. 인텔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진입하려 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관계가 깊은 이희성 대표의 향후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대비 LG전자의 글로벌 PC 판매량이 미미한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