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은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이 정의한 ‘얇고 가벼운 슬림형 노트북’의 새로운 분류입니다. 인텔은 올 6월 대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팅 전시회 컴퓨텍스에서 울트라북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올 연말부터 두께 20mm 미만, 1000달러 이하의 가격대를 가진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인텔은 자신했습니다.
인텔은 인텔캐피탈을 통해 약 35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습니다. 이 펀드는 반도체와 LCD 등 주요 부품 및 소프트웨어 업체로 흘러들어가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 필요한 솔루션 개발에 활용됐습니다.
CPU 업체인 인텔이 이처럼 울트라북 생태계를 조성하는 이유는 PC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바이스가 등장하면서 PC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하지 못합니다. 만약 PC 시장이 역성장세로 돌아선다면 CPU 업체인 인텔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래서 얇고 가벼운 울트라북 부품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에 돈을 쓰고 마치 큰 형님처럼 ‘나를 따르라’며 업계를 이끌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텔의 움직임이 제조업체들은 탐탁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슬림형 노트북이 울트라북이라는 분류로 묶이면 경쟁 제품과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품 표준화와 제품 상항평준화는 전체 시장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격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진 개별 업체에겐 다소 부정적입니다.
특히 울트라북은 기존 프리미엄 슬림형 노트북과 컨셉트가 완벽하게 일치해 잠식 효과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울트라북’ 브랜드를 쓴다 하더라도 마케팅 보조금은 일반 코어 i 시리즈를 사용할 때와 동일한 50% 수준(광고비에 100원 쓴다면 인텔이 50원을 지원, 횟수 제한 등이 있음)이라고 합니다. 센트리노 때는 80%까지 지원했다 합니다.
과거 넷북 시절에 인텔은 화면 크기와 사양 등 일정 요건에 부합할 경우 CPU(아톰칩)를 할인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울트라북은 이러한 가격 할인 프로그램이 제공되지도 않는다며 가격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시리즈9과 P 시리즈 등 슬림형 노트북으로 올 한해 재미를 봤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울트라북을 내놓긴 했지만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인텔은 울트라북과 관련해 제조업체 대신 베스트바이, 미디어막,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답니다. 이른바 리베이트로 불리는 판매 보조금 규모를 확대했다고 합니다.
이들 대형 양판점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에 인텔 가이드라인에 맞춰 울트라북을 출시해달라며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형 고객’이 원해 울트라북을 출시하긴 했으나 회사 차원에서 이 제품을 적극적으로 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인텔이 양판점 등 최종 판매처를 공략하고 있어 그들의 목표대로 내년 말 일반 소비자 노트북 시장의 40%가 울트라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