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색 완벽하게 입힌 LG전자… ‘CEO 사람들’로 인사·조직 재편
왼쪽부터 권희원 HE사업본부장, 박종석 MC사업본부장, 신문범 HA사업본부장, 노환용 AE사업본부장.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는 구본준 LG전자호가 30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추게 됐다(관련기사 참조).
이른바 ‘구본준의 사람들’로 주요 사업본부장이 채워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은 파격 승진을 하는가 하면 퇴임한 고위 임원들도 있다.
당초 업계에선 LG전자가 부진한 실적의 책임을 물어 연말 인사를 통해 대폭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했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사업을 관장해온 박종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부사장)은 적자 폭 확대 및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 탓에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가전 사업을 관장했던 이영하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장(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신문범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HA사업본부장을 맡게 된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
홈엔터테인먼트(HE),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AE)사업본부장은 모두 유임됐다. 구 부회장 직속 독립 사업부인 DS·PC·CAR 사업부장도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영하 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에 대해서는 사업본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선진국 경기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나름대로 선방한 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반면 구 부회장이 HE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한 권희원 부사장은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TV 사업의 경우 3D TV를 성공적으로 육성했지만 올 평판TV 판매 목표를 대폭 삭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LG전자의 주요 사업부장은 모두 구 부회장이 임명하거나 발탁한 인물들이다. 지난해 선임된 권희원 HE사업본부장,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을 비롯 올해는 신문범 HA사업본부장이 새롭게 발탁됐다.
AE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노환용 사장은 지난해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다소 부진하거나 선방한 정도의 인물들이 본부장직 유임 및 사장으로 승진한 배경에는 구 부회장 스스로가 지난해 그려놨던 조직 개편의 밑그림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이 발탁한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의 파격 승진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한국마케팅본부는 글로벌 지역 본부 가운데 매출 순위 톱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의 발탁과 더불어 실적이 뒷받침되니 전무 승진 1년 만에 또 다시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구 부회장이 주요 사업본부장을 1~2년차 신참급 사장과 부사장급으로 맞춘 데 대해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의 신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COO에 힘을 실어주고자 이 같은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영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이 같은 해석과 맥을 같이 한다.
회사 안팎에선 전자 계열사의 고참급 사장이 LG전자의 COO로 오거나 경영 혁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인사를 사장급 COO로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전임 최고경영자(CEO)의 색은 완전하게 지웠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외국인 임원은 대부분 재계약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남용 부회장 시절 영입됐던 외국인 임원 상당수가 이미 올해 상반기 LG전자를 떠난 상태다.
남 부회장 시절 TV 사업을 관장했다 올해부터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을 맡아왔던 강신익 사장도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맡게 됐다.
MC사업본부장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기, 지난해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을 맡고 있는 안승권 사장은 LTE 등 주요 핵심 기술의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유임됐다.
LG전자는 이번 승진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LG Way 관점에서 역량과 성과를 철저하게 검증했고 이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해 승진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조직 개편은 핵심은 사업경쟁력의 근간인 제품 리더십 확보를 위해 강한 조직을 구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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