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가 이번에는 꼭 하이닉스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9일 “하이닉스 매각시 신주 발행과 구주(채권단 보유지분) 매각 비율을 각각 14%와 6%로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당초 채권단 일각에선 구주를 많이 매입하는 인수후보자(SK텔레콤·STX)에 가산점을 주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생겼으나 최종적으로는 구주 매각 물량을 6%로 고정해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인수 예상가 최소 2조9000억원… 2조원 이상 투자 유보금으로 활용
인수 후보가 신주를 가져오면 향후 하이닉스의 주인이 됐을 때 신주를 확보하면서 투입한 자금을 운영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외환은행은 “신주 비중이 구주의 2.3배 수준으로 신주발행 비중을 높였다”며 “회사 신규자금 유입에 따른 하이닉스의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매각 방안대로라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 15%(8834만8356주) 가운데 절반인 7.5%(4422만4178주)가 매각된다. 여기에 신주를 구주 대비 2.3배(약 1억171만5609주)로 발행하면 구주 비중이 낮아져 신주와 구주 비율은 14%와 6%가 된다. 9일 종가(1만9900원) 기준으로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지분을 모두 사는 데 총 2조9041억원(구주 8800억원+신주 2조241억원)이 든다는 얘기다. 인수자는 2조원 이상을 향후 투자 유보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과 STX의 경쟁 입찰로 인한 프리미엄을 산정할 경우 인수 예상가는 3조~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운텀 도래… “이번에는 꼭 주인 찾아야”
채권단이 인수후보자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방향으로 매각 방침을 정한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하이닉스의 경영 상태도 조금씩 악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는 D램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대만의 주요 D램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30나노급 D램의 생산을 늘리고 있어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지난 2년간 호황기를 거쳐왔고, 내년에는 다운텀(down term)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이닉스에 위기가 닥치면 채권단도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이번 매각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구주를 합쳐 20%로 맞춘 지분 매각 방침은 인수후보자로 참여한 SK텔레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인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현행 지주회사법상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또한 외국계 컨소시엄의 경영권 참여 제한 및 회사 자산매각을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TX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를 재무적투자자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기술 유출 및 먹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오는 19일 주식관리협의회의의 의결을 거쳐 21일 입찰안내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11월 말까지는 매각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2001년 10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게 된 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