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가 밝히는 잇단 ERP 윈백 배경…“강화된 유연성”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SAP코리아는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오라클의 우수 고객사들이 잇달아 SAP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KT가 지난 해부터 ERP 시스템을 SAP로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효성그룹이 오라클을 떠나 SAP 품안에 안겼다. 효성그룹의 경우 섬유, 정보통신, 무역, 건설 등 주요 계열사가 SAP를 이용하게 된다.
특히 오라클 최우수 고객인 포스코가 최근 SAP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라클은 내부적으로 초긴장 상태다. 포스코는 빠르면 이달 안에 새로운 ERP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SAP를 통해 글로벌 통합 ERP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삼성, 한전, 두산 그룹 등은 SAP를 그룹사 표준 ERP로 정했다.
SAP는 한 때 대기업 ERP 시장에서 오라클의 강력한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의 시장을 평정하는 분위기다.
SAP 형원준 사장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SAP ERP가 패키지의 딱딱함을 벗고 유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SAP ERP는“나를 따르라”는 자세를 취했었다. SAP ERP에는 전 세계 기업들의 산업별 베스트 프랙티스가 담겨있으니 이를 변경 없이 그대로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프로세스 혁신이 이뤄진다는 논리였다.
실제로도 SAP ERP를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변경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때문에 어떤 기업들은 SAP를 도입하고 싶어도 자사 프로세스와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오라클 ERP는 SAP 보다는 유연했다. 오라클은 표준 기술인 자바 기반으로 돼 있어 관련 기술자도 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 프로세스를 각 회사에 맞게 수정하는 것도 SAP에 비해 수월했다.
그러나 SAP의 최신 ERP 솔루션은 과거의 딱딱함(?)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SAP는 2~3년 전부터 ‘컴포짓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비전을 소프트웨어에 내재했다.
딱딱하게 고정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레고 블록처럼 조합해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의 사상을 ERP에 담아낸 것.
기업들은 SAP의 컴포짓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자사 프로세스에 맞도록 서비스를 조합할 수 있고, 필요한 기능을 SAP가 제공하지 않는 경우 직접 만들어 연결할 수도 있다. 기반 기술로는 고유의 기술인 ABAP 이외에 자바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형원준 사장은 “과거 기업들 중에는 SAP ERP는 커스터마이징이 어려워 오라클을 쓴다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SAP 솔루션도 유연성을 갖춘 것이 (잇단 윈백의) 배경”고 강조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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