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토리] 힘든 SW 개발자 생활… 결국 남는 건 ‘사람’
실제로 개발은 생각보다 아주 즐거운 작업이다. 다만 일부 열악한 환경들이 때로 즐거움을 고통으로 만들곤 한다. 그런 고통 속에서 잔잔한 기쁨들이 있어 그 힘든 시간들을 견디게 해준다.
필자에게 일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사람’이다.
예전에 개발했던 프로젝트를 떠올려 보면 그때 썼던 언어나 익혔던 업무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워 바짝 긴장한 나에게 ‘신입, 내가 점심 사줄게 ‘라며 점심을 사줬던 선배. 점심을 함께 한 적이 한 두 번도 아닌데 유독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또 한번은 생일선물로 삶은 계란 한판을 받은 적도 있다. ‘라면 먹다 내가 생일인 것이 생각났다’면서 식당에서 사왔단다. 그 덕에 동료들과 까먹었던 계란 냄새가 하루 종일 사무실에 진동을 했었다. 무척 유쾌하고 배부른 선물이었다.
홍어 집에서 팀 회식을 하고 귀가하던 길, 세 명이 같이 탔던 택시 안에서 추운 겨울임에도 택시기사가 홍어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조용히 창문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춥다 소리도 못하고 숨도 잘 못 쉬면서 킥킥대던 기억들.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쌓였던 피로를 날려 버렸다.
간혹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나가보면 자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대부분 회의실에 임시 프로젝트 룸을 만들어 놓는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오는 회의실 의자,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 부딪치기 일쑤인 좁은 공간, 창문이 많지 않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어항 하나 갖다 놓고 물고기를 키워가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었던 사람들.
떠오르는 에피소드들만큼이나 생각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금도 첫 월급 탔다며 빵과 우유를 수줍게 사다 놓고 가는 팀 막내에게서 종합선물 같은 즐거움을 받는다. 사람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십여 년 개발자 생활 끝에 '남은 게 뭐냐'고 물으면 업무능력이나 개발에 대한 노하우보다 회사동료로 시작해서 지금은 마음속내까지 털어 놓고 지내는 죽마고우 같은 친구들이라고 답하겠다.
필자에겐 단 한번도 프로젝트가 쉽거나 만만한 적이 없었다. 힘든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모든 프로젝트가 어려웠었다. 오죽하면 개발자들끼리는 ‘좌로 구르나 우로 구르나 똥 밭이야’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프로젝트들을 모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건 함께 했던 동료들 덕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고되고 힘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겠지만, 오늘 하루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길 권한다.
그리고 지금의 고된 시간들이 훗날 나를 지탱해주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희망하며 오늘 하루 하루치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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