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개발자 스토리] 제2의 농협사태를 막으려면...
일명 ‘농협사태’, 농협 전산망이 마비가 됐던 사건이었다. 그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직업의 특성상, ‘에고, 개발자들이 집에도 못 가고 사태수습 하느냐고 고생 중이겠군’하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사건 직후 연일 뉴스와 신문들은 앞을 다퉈 가며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뉴스들을 내놓았고, 더불어 농협 전산망의 개발환경에 대해서까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신문에 실렸던 문구들이다.
벼락치기식 전산망 개발… 비용 아끼려 하청•재하청… 서버관리도 구멍투성이…
금융사들 IT인식 결여… 제2 농협사태 올 수도
뉴스에선 농협프로젝트가 '3대 악성 프로젝트 사업장'이라고 보도했다. 촉박한 기간 동안에 무리한 수준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충족시킬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개발자들이 1~2년 간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야근을 해야 했던 열악한 사업장이었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초점이 개발 환경에 집중돼 있었다. 심지어 어떤 신문에서는 이를 두고 ‘개발자의 난’이라고 했다. 열악한 환경을 참다 못한 개발자가 계획적으로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제목의 기사였다.
예전에 결핵 걸린 개발자가 과도한 업무로 면역력이 약해져 항생제가 듣지를 않아서 결국 폐를 잘라 내야 했다는 얘기가 한동안 떠들썩 했던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무리한 요구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열악한 개발자들의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집중 조명됐다.
또 한편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무리한 개발을 진행한 결과라고 했다. 다시 말해 농협사태는 건설 쪽으로 말하자면 부실공사라는 것이다. 건설회사에서 무리한 시간 안에 건물을 짓다 보면 부실공사가 되고 그렇게 지어진 건물이 어느 순간 무너지는 것과 같이, 무리한 개발 일정이 전산망 마비 사태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개발자로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래도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농협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고 불편함을 넘어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내심 이번 일로 인해 ‘개발환경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열악한 개발 환경은 단순히 개발자의 고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IT의 질을 낮추고 결국은 사회에까지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개발의 질과 안정성을 더욱 고려한 IT환경이 조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북한의 조직적 소행이라는 검찰의 발표로 마무리 됐다. 검찰의 발표에 겨우 조명되었던 개발환경은 다시 묻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떠들썩했던 언론도 국민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개발환경이 좋아질 거라는 필자의 소박한 기대와 달리, 오히려 금융권에 프로젝트 수행하러 나간 개발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엄격해진 보안문제로 인해 개발하기만 더 힘들어 졌다는 얘기만 들릴 뿐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개발자의 환경은 개발자가 바꿔 나갈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변해주면 좋겠지만 그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필자도 정확한 답을 모르겠다. 다만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10년 전의 배움이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는 앞으로의 10년 후의 오늘을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 당장 무엇을 바꿀 수는 없지만 10년 뒤를 준비하며 오늘을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하루를 그냥 버티듯 사는 게 아니라 10년 뒤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것이 10년 뒤의 밝은 IT환경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10년이 너무 길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10년 뒤도 오늘과 똑같이 너무 열악하다고, 힘들다고 한탄만 하게 되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이 개발 환경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필자는 다른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그들과 하나된 목소리로 울려 퍼지고 싶다.
<투비소프트 교육사업팀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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