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20주년, 그 현장을 가다
2011년은 블리자드가 설립 2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블리자드는 마이클 모하임 대표가 20년 전 할머니에게 1만5000달러를 빌려 설립했다고 합니다. 블리자드 박물관에 차용증(?)이 전시돼 있습니다. 위에 올려둔 사진이 그 차용증입니다. 이자는 모르겠지만 모하임 대표가 할머니에게 원금은 확실히 갚았다고 하는군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시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는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주변에 펄럭이는 20주년 기념 깃발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오래전 PC패키지 ‘길 잃은 바이킹’도 블리자드 게임이군요.
블리자드 본사를 직원들은 캠퍼스라고 부릅니다. 여러 건물들이 블리자드 부지위에 아담하게 서 있기 때문인데요. 어바인시는 지진위험단층에 위치해 있어 건물을 높이 올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본사에는 1400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블리자드 직원은 4300여명이라고 합니다.
블리자드 본사를 거닐다보면 보드를 타고 달리는 직원들을 종종 봅니다. 그들의 놀면서 일하는 문화가 내심 부럽기도 하네요. 가이드는 업무시간에 노는 것은 자유이나 그 시간만큼 일은 더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이것도 한가할 때 가능한 것이겠죠.
본사 부지에 들어서면 오크 기수 동상이 보입니다. 상당히 크네요. 중국에서 만들었습니다. 두 부분으로 분리된 것을 미국에 들여와 다시 붙였다고 하네요.
동상 바닥 주변을 보면 블리자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8개를 볼 수 있습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을 꼽자면 ‘Embrace Your INNER GEEK’인데요. 내부의 긱을 받아들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GEEK은 ‘전자 공학이나 지성 등의 한 분야 혹은 여러 분야를 탁월하게 이해하고 있는 특이한 사람’(위키백과 참조)입니다. 내부의 창조적인 영감을 끄집어내어 게임 개발에 활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블리자드는 20년의 역사를 한 건물의 조그만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습니다.
한쪽에는 수많은 상패가 진열돼 있기도 하고요.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받은 상패가 상당히 많은데요. 지금까지 블리자드가 재단에 총 8300만달러(약 896억원)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박물관에는 ‘디아블로’부터 최근의 ‘스타크래프트’까지 블리자드 게임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기도 합니다. 게임 캐릭터를 표현한 각종 피규어(모형 장난감) 원형도 전시돼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완성품은 회색빛의 피규어 원형에 색깔을 입히는 것이네요.
블리자드는 20주년 근속자에게 왕관을 수여합니다. 이번에 왕관을 받은 대상자는 마이클 모하임 대표을 포함한 3명이라고 하네요. 참고고 근속기간에 따라 기념품이 달라집니다. 5년 근속은 칼, 10년은 방패, 15년은 반지라고 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5년과 10년 근속자에게 주는 칼과 방패입니다.
한국지사 직원에 따르면, 5년 근속 증정품인 칼이 국내는 무기류로 분류된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국내에 반입하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합니다.
다른 건물로 넘어가 블리자드 사내 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습니다. 게임 개발에 영감을 얻기 위한 많은 물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오래된 게임부터 각종 서적, 영화 DVD 등이 상당수 있고요. 게임 개발을 위한 각종 PC 관련 책도 비치돼 있었습니다.
중앙통제실은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깥에서 잠시 둘러봤습니다. 사진촬영도 금지하네요. 기업의 핵심기밀이기 때문입니다. 통제실에서는 전 세계 서버 이용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주요 현안도 이곳에서 챙기는 듯 싶네요.
블리자드 캠퍼스 투어는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끝났습니다. 개발 현장은 기밀을 이유로 구경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하는 직원조차 본인 이름을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더군요.
블리자드 캠퍼스는 건물이 낮고 대지면적은 넓어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입니다. 푹신한 잔디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직원도 눈에 띕니다.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게임 개발이 이어지고 있겠지요. 올해 3분기 테스트를 예고한 ‘디아블로3’이 기다려집니다.
[이대호 기자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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