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우리금융, 불붙는 메가뱅크…IT는 어떻게? (上)
지난해 말 중단됐었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5개월여만에 재개되면서 다시 ‘메가 뱅크’(Mega Bank)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습니다.
‘메가 뱅크’를 만드는 당위성에는 큰 이견은 없지만 우리금융의 새주인이 누가 돼야 하는지를 놓고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습니다.
‘메가 뱅크’란 말 그대로 ‘거대한 은행’을 만드는 것입니다. MB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해외 원전사업과 관련해 막상 사업을 지급보증할 만한 국내 대형 은행이 없어 곤란을 겪었고, 그것이 메가 뱅크 출범을 서두르는 계기가 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금융권의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우리금융의 인수 후보자로 산은금융그룹이 가장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KB금융은 처음부터 거리를 둔 입장이었고, 하나금융은 불투명해진 외환은행 인수건부터 마무리를 지어야합니다. 얼마전‘신한사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던 신한금융도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MB맨인 강만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산은금융그룹만 남게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금융계의 추론입니다. 실제로도 산은금융지주회사는 이미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산은+우리금융, IT통합? “답이 안나온다”
그렇다면‘산은+우리금융’으로 메가뱅크가 구체화됐을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IT부문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IT통합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않습니다. 어차피 어떠한 형태의 M&A라도 IT통합의 시나리오는 당연히 뒤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하더라도 IT부문에서의 통합 시나리오는 시간을 두고 많은 사연을 만들어 내기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들이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특히‘산은+우리’의 조합은 IT측면에서 볼 때, “사실 답이 쉽게 안나온다”고 할 정도로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복잡하다는 것은 향후 전개될 ‘경우의 수’가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얘기도 됩니다.
또한 이 경우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것이 아니라 양측간에 존재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참고로, 산업은행의 경우 유닉스 기반의 오픈환경, 우리은행은 IBM 메인프레임을 채택하는 등 IT측면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지만 다른 은행의 IT통합 사례를 봤을때 단지 기술적인 부문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양측이 취해왔던 IT전략, IT운영의 형태, IT조직의 문화도 차이가 큽니다.
산은과 우리금융 IT가 물리적으로 통합된다고 가정할 경우, IT인력의 재배치 문제 등 기존 은행권의 IT통합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민감한 문제들이 돌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산은-우리, IT전략에서 많은 차이
먼저, 양측의 IT전략 기조를 보겠습니다. 산은금융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산업은행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토털 IT아웃소싱’에 가까운 IT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특히 IT자회사를 통한 아웃소싱이 아니라 외부업체(삼성SDS)를 통한 ITO방식이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관점으로도 파격적입니다.
당시 국책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은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도적으로 IT조직을 포함한 과감한 조직슬림화를 단행했고, IT부문은 결국 2000년대 초반 신시스템을 오픈하면서 IT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10년을 거치면서 쌓은 IT아웃소싱 노하우는 산업은행을 지탱하는 IT자산으로 자리잡게됩니다.
지난 2009년 산은금융그룹의 탄생으로 출범하게 된 정책금융공사(KoFC)도 아예 출발부터 IT운영전략은 아웃소싱을 채택했습니다. 정책금융공사의 IT아웃소싱은 지난 2009년 10월 삼성SDS가 수주했는데요, 총 120억원에 계약기간은 2009년 11월부터, 2011년10월31일까지 2년간 입니다.
(참고로, 삼성SDS가 당시 정책금융공사의 IT사업을 딴 것은 이미 산업은행의 IT아웃소싱을 전담해온 경험을 높게 샀기 때문인데, 산업은행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시스템을 구축한 정책금융공사의 업무 특성상 삼성SDS를 선택했던 것은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10년의 IT노하우, 우리금융 SSC전략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금융그룹을 볼까요.
물론 우리금융그룹도 형식은 IT아웃소싱 체제이기는 하지만 외부업체가 아닌 그룹의 IT자회사인 우리FIS에 의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올해로 우리FIS가 출범한지 꼭 10년째가 됩니다. 우리FIS는 외주인력을 포함 약 600명~800명선에서 신축적으로 IT인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FIS에 우리은행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 IT인력과 자원을 통합시킨 SSC(자원공유방식, 세어드서비스센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 IT운영전략에 있어 우리금융그룹은 SSC방식의 IT전략에 가장 발전된 모델로 손꼽힙니다.
외형은 같은 IT아웃소싱이라고 하더라도 외부 기업이냐, 그룹 내부의 IT자회사냐에 따라 업무지원 프로세스는 크게 달라집니다.
넓게 보면, 산은금융그룹의 IT전략은 IT기획및 일부 운영인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외주인력으로 채워지는 ‘외부조달’ 방식이고, 우리금융그룹 우리FIS라는 IT아웃소싱 전문회사를 통해 그룹의 IT역량을 자체적으로 가져가는 ‘내부조달’방식입니다.
따라서 관심은 산은금융그룹이 IT인력, 조직및 인프라의 규모면에서 월등하게 큰 우리금융을 인수했을 경우, 기존 우리금융그룹의 IT전략을 어떻게 재조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산은금융그룹이 만약 SSC방식의 IT전략을 고려하지 않게 될 경우, 기존 우리금융그룹의 IT전략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FIS의 역할도 기존과는 크게 다르게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FIS는 지금까지 우리금융그룹의 IT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IT전략의 변화는 당연히 IT조직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고, 그 변화는 지난 10여년, 국내 금융권 IT통합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상황에 따라서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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