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가 T모바일 인수에 나섰다고 합니다. 39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인수규모와 2위, 4위 사업자간 결합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지만, 이번 AT&T의 T모바일 인수시도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AT&T가 늘어나는 모바일 데이터를 해결할 방안으로 T모바일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AT&T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인수로 AT&T는 단기간에 네트워크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느냐 입니다. 그런데 주파수는 유선인터넷망을 깔듯이 그렇게 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한정적입니다.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 3사도 2.1GHz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내 상황을 한번 보죠.
지난달 시스코코리아는 '2010∼2015 시스코 비주얼 네트워킹 인덱스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지난해 기준으로 2015년까지 15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시스코는 2015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2200만대, 태블릿 70만대를 가정하고 이 같은 수치를 도출해 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스코의 전망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달 중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불과 1년여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2200만대 가는데 2015년까지나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국민들의 휴대폰 가입패턴, 휴대폰 제조사들의 출고계획 등을 감안하면 빠르면 연내 2000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0년 1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147TB에서 올해 1월에는 3079TB로 늘어났습니다. 1년만에 무려 21배가 늘어난 것입니다. 1년뒤에는 얼마나 늘어날까요. 21배까지는 아니겠지만 절대 용량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최근 SK텔레콤은 T데이터셰어링 약관을 변경했습니다. 원래 스마트폰 55 이상 요금제 가입자들은 월 3000원으로 최대 5대까지 유심기반의 무제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SK텔레콤은 요금제별로 700MB~2GB로 변경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나름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측면에서 무제한 서비스를 연계했지만 막상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을 보니, “이러다가 사업접겠구나”라는 위기감마저 돌았던 거지요.
방통위도 공감하고 SKT의 약관변경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요즘은 통신사는 물론, 정부나 국회에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의 폐지 얘기마저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의 폐지는 아직 거론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데이터 트래픽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제 시작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보다 데이터 소비량이 훨씬 많은 태블릿 PC의 성장세, 그리고 모바일 데이터 소비 추이가 텍스트·오디오·사진 중심에서 훨씬 용량이 많은 비디오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가입자의 증가로 감소하는 음성매출을 보존할 수 있게 됐지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고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LG유플러스에 버림 받고, SKT, KT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치부하던 2.1GHz 주파수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당장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바일 데이터.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통신사들의 명암도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