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액티브 셔터글래스(SG)와 LG전자·LG디스플레이의 필름타입편광(FPR) 방식 3D LCD TV 기술을 놓고 양쪽 진영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경쟁사 발표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독설을 쏟아냈다.
윤부근 사장은 1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년형 스마트TV 발표 현장에서 “편광 방식은 1935년도에 개발됐다. 기술 발전은 가격 떨어진 것 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시야각이 넓었는데 소비전력 줄이려고 시야각을 포기하는 바람에 성능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하루 앞서 열린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의 ‘3D TV 세대론’을 반박한 것이다.
권희원 사업본부장은 이날 자사 FPR 방식 3D TV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출시된 셔터글래스 방식은 안경에서 3D를 구현하는 1세대 기술로 완벽한 3D TV가 아니라 ‘레디 3D TV’”라고 말했다. ‘세대론’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제품을 깎아내린 것이다.
윤 사장은 “편광 방식은 정규 방송의 3D 프로그램을 볼 경우 풀HD의 4분의 1 해상도 밖에 안 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많은 돈을 들여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퇴보한 구식 기술로 차세대라고 하면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라고 말했다.
편광 방식은 화면을 구성하는 수평 주사선을 절반으로 분할해 왼쪽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구성한다. 이럴 경우 1080개의 수평 주사선이 540개로 나눠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즉 LG의 FPR 방식 3D TV는 풀HD의 절반 해상도만 지원해 화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방송 채널로 송출되는 3D 영상물은 해상도가 HD이기 때문에 FPR 제품에서 볼 수 있는 해상도는 풀HD의 4분의 1이라는 것이 윤부근 사장의 지적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주장에 미국 인증업체인 인터텍으로부터 ‘풀HD가 맞다’는 인증도 받았다며 왼쪽 오른쪽 절반 해상도로 영상을 보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풀HD가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안윤순 상무는 “LG의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할 만한 그 어떤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터텍에도 문의를 한 결과 풀HD가 맞는가에 대해서 다시 측정을 하기로 했으니 결과는 나와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LG전자가 TV 부문에서 널뛰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강력한 독설을 쏟아냈다. 삼성전자가 먼저 도입한 기술 방식을 비하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해당 기술을 채용한 자사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가 하면 로맨스고 내가 하면 불륜이냐는 발언도 곁들였다. 엣지 방식 LED 기술 채용, 2D→3D 변환 기술이 대표적이다.
윤 사장은 “재작년 LED TV 나올 때 LG전자는 직하 방식이 우세하다며 삼성의 엣지를 비하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며 “2D→3D 변환 기술도 콘텐츠 업계의 건전한 발전 운운하며 삼성 기술을 비하하더니 지금은 같은 기능을 슬그머니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하게 날짜도 기억한다. 모 일간지에 ‘3D도 앞서간다’며 편광 방식 3D TV에 대한 전면 광고를 실시하더니 어느 샌가 슬그머니 내리고 셔터글래스로 왔다”며 “해보니 IPS 패널의 느린 응답 속도로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 어쩔 수 없이 편광방식으로 다시 온 것을 세대 운운하는 남의 제품 비하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어디 공개적인 장소에서 두 제품 갖다놓고 똑같은 콘텐츠 재생하며 비교시연이라도 하면 좋겠다”며 “여러분이 두 제품 모두 사서 한 번 공개적으로 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화면겹침과 깜빡임 현상을 상당부분 개선한 2011년형 3D 스마트TV 시리즈를 선보였다. 화면겹침은 LCD의 응답속도를 높여 해결했고 전용 안경과 TV를 블루투스로 묶어 깜빡임의 원인을 원천 차단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