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도 후원한다. 인기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인텔로써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텔의 광고는, 기껏해야 우주인 복장을 한 이들이 추상적으로 그들의 기술을 설명했던 것이 다였었다. 그 속에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났었다.
올해부터는 소녀시대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대중들에게 인텔의 프로세서를 알리게 됐다. 비주얼이 되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는 소녀시대는 인텔이 올해 발표한 2세대 코어 i 프로세서 시리즈(샌디브릿지)의 특징과 걸맞으며 이를 알리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이다. 더불어 인텔을 몰랐던 이들은 소녀시대를 통해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선 반도체 기업이라는 걸 인지할 수도 있다.
프로게이머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은 PC 프로세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인텔의 시각이다. 재정 불안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과거 AMD도 국내에서 프로게이머인 기욤 패트릭을 활용해 대단한 광고 효과를 봤었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회사 측은 '대소비자 마케팅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텔 만큼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B2B 기업이 있나 싶다. 기술 기업임을 강조해왔던 인텔이었기에 소녀시대를 아시아 지역의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반대 의견도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PC는 매년 전 세계 시장에 3억대 이상이 보급되고, 연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강한 시장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PC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사람을 연구하는 인텔이지만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 반대에도 인텔로써는 새로운 형태의 대(對) 소비자 마케팅 프로그램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한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복합적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소녀시대와 임요환이 아시아, 그리고 한국 지역에서 인텔의 기술과 PC에 대한 관심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고객과 접점을 가진 인텔코리아의 위상이 지역 법인 가운데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텔 칩을 쓴 TV와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다면 인텔코리아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