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방통위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채수웅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업무보고를 마쳤습니다.

이날 방통위는 미디어 융합 및 빅뱅, 스마트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시대 기반조성 ▲시장 선진화 ▲이용자 친화적 환경 구현 등 '방송통신 3대 핵심 전략'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내년도 계획에 앞서 방통위는 올해 주요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요.

주요 성과로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 ▲IPTV 시장 안착 ▲브로드밴드 리더십 강화 등을 꼽았습니다.

먼저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의 지표로 지난해 80만대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는 700만대로 무려 8.7배나 성장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촉발한 것도 성과로 지목했습니다.

2008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IPTV 서비스도 2년여만에 300만 가입자를 확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15%를 차지한 것 역시 성과로 지목됐고 종편·보도전문PP 사업자 선정도 미디어 시장 발전 등을 이유로 주요 성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방통위가 지목한 이들 성과가 진정 성과로 볼만한 성질인지, 그리고 방통위 정책의 성과인지는 의문입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야 사실, 아이폰 힘이 가장 컸죠. 그러면 아이폰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방통위가 제도를 개선했으니 방통위 덕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 반대죠. 우리나라는 아이폰이 공급된 나라 중 거의 끝물입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와 관련, 실무자를 혼내기도 했다는데요.

위피(WIPI) 폐지, 위치기반사업자 허가 등 방통위가 한 정책은 분명하지만 시점을 놓고 보면, 뒷북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여기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민간 사업자의 영역인 마케팅 정책에도 개입하고 있습니다. 불붙은 스마트폰 경쟁에 찬물을 부었고, 통신사들은 직접적인 보조금이 아닌 요금할인 등을 통해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습니다.

IPTV 시장 안착. IPTV 가입자가 300만명으로 늘어나서 과연 방송통신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가 궁금합니다. IPTV 활성화에는 방통위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정책적 배려로 케이블TV 등 경쟁 유료방송 매체는 볼멘소리를 달고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기치를 걸고 출범한 방통위(초창기 IPTV를 가장 많이 활용했습니다)가 그 첫 산물로 볼 수 있는 IPTV 활성화를 통해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도출해냈는지는 의문입니다.

통신사들의 방송 끼워팔기, 덤핑 등으로 오히려 세계 최저 수준인 유료방송 ARPU의 하락만 주도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IP기반의 특화된 콘텐츠, 통신사들의 투자 등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분명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성과로 꼽기에는 역시 미흡해보입니다.

종편, 보도PP 선정. 정말 올 한해 많은 사회적 갈등과 이슈를 양산해 냈습니다. 5인 체제인 방통위 상임위의 2명의 위원은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방통위 주장대로 종편PP 등이 글로벌 미디어 도약과 방송시장 활성화 및 광고시장 확대를 가져올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출혈경쟁을 펼치다 콘텐츠 품질저하나 관련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방통위 실무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묵묵히 자기일들을 잘 처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산업과 진흥, 규제가 아닌 정치·사회적 이슈에 매몰되면서 때를 놓치기도 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해 낸 것 등은 내년 새롭게 시작하는 2기 상임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채수웅기자 블로그=방송통신세상]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