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LG전자, 전문경영인서 오너체제 전환 배경은?
-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예고…안승권·강신익 사장 등 주요 부문장도 위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 남용 부회장<사진 왼쪽>이 낙마했다. 작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불거진 LG전자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새 수장으로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선임됐다. 급변하는 세계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 체제가 유리하다는 LG그룹의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인사의 밑그림은 사실상 지난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처리 과정에서 그려져 왔다. 기존 ‘관리형’ 대표이사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계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하는 전략은 경쟁사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과감한 선제 투자로 위기 이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휴대폰·TV, 주력 제품 부진 남용 부회장 발목잡아=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대표에서 불명예 퇴임한지 5개월만에 그룹 주력사인 LG전자 수장에 오르는 등 전문 경영인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남 부회장은 또다시 불명예 퇴임이라는 멍에를 쓰게 됐다.
남 부회장 재임기간 LG전자는 기업 전략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현상 유지에도 실패했다.
휴대폰 사업의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급성장한 있는 스마트폰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 해외 시장에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으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업구조개선 작업 중인 팬택에게도 밀렸다. 휴대폰 사업은 결국 지난 2분기 16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하반기 역시 위태롭다.
TV의 경우 대세로 자리잡은 LCD TV에서 소니를 제쳤지만 LED TV, 3D TV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서는 세계 1위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여전히 소니 등 일본 업체와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대적 조직개편 예고…비서실·구조본 출신 물갈이 움직임=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분기별로 편차가 심한 LG전자 실적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뼈아팠다. 신규 사업 진출은 물론 수익성 없는 사업에 대한 포기 결정도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글로벌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진행한 외국인 임원 영입 및 영어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 CEO 취임 이후 LG전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휴대폰과 TV 등 주력 제품을 맡고 있는 안승권 사장과 강신익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남 부회장의 사퇴에는 이들 시장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LG 대표이사 강유식 부회장을 비롯한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출신 임원들을 중용했던 구본무 회장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LG전자 내 이들 조직 출신에 대한 물갈이 소식이 나돌고 있다. 대신 현재 LG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권영수 사장 등 구 부회장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는 사람들이 중용될 전망이다.
◆LG전자, 의사결정 신속성·과감한 투자 가능해질 듯=조직개편 외에도 이번 수장 교체로 신규 사업 진출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LG전자가 좀 더 빠르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업부 개편 등과 전략 사업 등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CEO 교체 기대감으로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의 주력계열사에서 임원과 CEO를 두루 거쳤다. 약 25년간 전자비즈니스에 몸담아 오면서 제조업의 기초인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LG의 전자산업을 최고경영자다. IT기기와 반도체, LCD, 자원개발사업 등 주요사업을 이끌어 와 융복합 시대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금의 LG디스플레이의 성공에는 그의 역할이 가장 컸다. 구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로 출범 LG의 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일등으로 도약하는 성공 토대를 마련했다. 구 부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은 2006년 준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파주 LCD 클러스터 구축때에도 잘 나타난다. 휴전선 접경지역이 불과 10km 남짓 떨어진 곳에 5조300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세계 LCD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안보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가신인도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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