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백혈병 연관 논란 ‘2라운드’
- 삼성전자, 유사 공정 라인 공개·재조사 실시키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이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한다는 일각의 문제제기에 대해 삼성전자가 그동안 침묵을 깨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기업 비밀을 이유로 감춰왔던 반도체 제조 라인을 공개하고 역학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재조사를 실시해 관련 의혹을 모두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 라인에서의 근무로 인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전 직원들의 유가족 등에게도 제조 라인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파악하고 있는 업무 연관 암 발생 주장 환자는 22명이다. 지금까지 이들 중 4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3월31일에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7년 9월 백혈병이 발병한 박지연씨가 2년여의 투병 생활 중 사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근무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15일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삼성 나노시티 기흥캠퍼스’에서 국내외 언론사 기자 80여명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가졌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의혹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의혹이 확산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 학술 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에는 반도체 노동자 근무환경 진상규명 단체 ‘반올림’ 측이 추천하는 단체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 문제가 집중 제기된 1~3라인과 비슷한 5라인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시스템 LSI를 제조하는 S라인도 보여줬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은 “1~3라인은 현재 다른 용도로 전환됐기 때문에 5라인을 공개키로 했다”라며 “문제가 됐던 3라인의 장비들은 그대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의혹이 계속되면 이것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또 조 사장은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것은 공정상의 비밀을 공개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등 억측이 눈덩이처럼 커져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필요하다면 유가족 등에게도 적정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무 환경에서 벤젠 성분이 검출됐고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사장은 “공기 중에서는 벤젠이 검출된 적이 없고 일부 시료에서는 나온 적이 있지만 이 마저도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려가 있어 재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사선 노출 역시 안정장치인 인터락을 해체한 채 작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방문 행사는 ‘반올림’ 측의 참관 여부를 둘러싸고 일부 버스의 출발이 1시간 가량 지연되기도 햇다. 반올림은 5라인 근무 경험자와 전문가의 입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올림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에 삼성이 발표한 생산라인 공개는 반올림이 요구해왔던 ‘투명한 정보공개’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도저히 ‘의혹과 불신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소’할 수 없다”며 “이번 생산라인 공개 목적은 ‘의혹과 불신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임기응변, 특히 박지연씨 사망을 계기로 증폭된 삼성반도체 직업성 암 피해 사실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삼성 내부의 동요를 신속하게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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