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합 LG텔레콤이 탈(脫) 통신을 선언했다. 하지만 통신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나 더 많은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합 LG텔레콤 CEO에 부임한 이상철 부회장<사진>은 6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脫) 통신을 강조했다.
소위 빨래줄 통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통합 LG텔레콤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탈(脫) 통신을 하려면 내 자신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LG가 유리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KT나 SK텔레콤처럼 가진 것이 많은 사업자는 버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3위 사업자인 LG는 탈(脫) 통신에 오히려 유리하다"며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면 새롭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시장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며 "지금 통신시장서 새로운 가치가 열리지 않으면 통신의 앞날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부회장이 주장하는 탈 통신의 기본은 고객만족이다. 전화가 음성에서 정보, 지식전화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서비스 제공이 아닌 고객 스스로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탈 통신의 모델을 애플에서 찾고 있다.
애플이 포화된 컴퓨터, MP3, 휴대폰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것처럼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기존에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애플의 힘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뛰어들어 블루오션을 만들어냈다"며 "앱스토어처럼 고객을 정확히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즐길 수 있게끔 고객가치를 제공한 것처럼 새로운 가치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역시 이석채 KT회장이나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처럼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는 것에 동의했다. 연간 8조원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8조원 이상이라는 막대한 돈이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마케팅 비용을 무작정 줄여 이익을 내는 것보다 서비스나 R&D 투자를 통해 한국의 IT를 중흥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상철 부회장은 이종산업간의 컨버전스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역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측면이다.
다만 이 회장은 경쟁사들의 이종산업간 컨버전스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된 서비스가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종산업간 컨버전스를 통해 가입자를 늘린다면 의미가 없고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 경쟁사들은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통합LG텔레콤은 새로운 서비스 창출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등 요금인하와 관련해서는 일괄적인 소폭 인하보다는 통신서비스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요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예전에 주식거래 하려면 차비를 들여 증권사에 가서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휴대폰에서 30초만에 끝나는데 이것을 통신비로 볼 것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이득인 것"이라며 "이제 정보전화, 지식전화를 넘어서 쓰면 쓸수록 이득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