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강행처리...인터넷전문은행 다시 주목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이 3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국회 정무위를 통과함에 따라, 그동안 법안 처리의 불확실성과 금융위기로 인해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다시 재계와 IT업계의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열린 국회 정무위(위원장 김영선)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 3개 법안에 대해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독 강행 처리했다.
정무위에서 상정된 법안이 이날 오후 본회의를 통과하면 관련한 법적 절차는 모두 완료된다.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기업)의 시중은행 지분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산업자본의 사모펀드투자회사(PEF) 출자 한도를 10%에서 20%로 확대할 수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도 개정된 은행법의 준용을 받되 자본금 500억원이면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나왔을 당시, 야권은 금산분리완화는 반대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서민및 중소기업 대출 등 신용경색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보였었다.
인터넷전문은행’(Internet Primary Bank)이란 말그대로 오프라인 영업지점 없이 모든 금융업무가 인터넷과 CD, ATM 등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처리할 수 있는 은행으로, 기존 일반 은행들과는 달리 소비자대출, 신탁, 주택담보대출 ‘틈새금융’시장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행 금융실명제법이 특별법인 만큼 고객이 최초의 계좌개설시에는 반드시 별도의 지점 또는 제휴 금융기관에 가서 반드시 실명확인을 받아야 거래가 가능하다.
◆대기업, 통신업계, 2금융권 준비 =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이 다양한 지분 참여 형태나 컨소시엄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된 바 있다.
여기에 저축은행과 증권회사, 보험사, 통신업체,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영업망 확대, 금융-통신 융합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타진하는 등 현재 약 10여개의 후보군들이 사업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저 설립자본금은 당초 1000억원선에서 논의됐었으나 현재는 500억원 수준 하향조정될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
물론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라하더라도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여론의 부담때문에 단독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보다는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장단점 = 은행 혜택을 못받는 계층에 대한 자금지원 창구로서의 역할과 함께 전자금융을 이용한 영업방식이기 때문에 저비용구조에 기인한 수수료 인하 혜택등 서민 금융거래비용 완화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국민 편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전자금융채널에 의존한 영업방식에는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일반 시중 은행들이 주 공략대상으로 하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사례에서 보면, 일반적인 여수신 상품외에 주택, 연금,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이에따라 초기 비즈니스모델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비용구조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하더라도 수익모델이 취약해 조기 부실화될 우려가 있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파산사례가 있다. 또한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IT측면에서보면, IT인프라의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의 부실화와 함께 보안부문에 대한 투자에 소홀할 경우 해킹및 개인금융정보 유출 등 금융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무엇보다 IT측면에서의 안정화된 인프라 구축이 선결조건인만큼 막대한 IT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과 관련 IT업계는 인터넷뱅킹전문은행이 설립될 경우, 기간시스템(계정계/정보계/대외계시스템)외에 전자금융 채널시스템및 리스크관리시스템의 확충 등 핵심적인 시스템에만 최소 300억~400원 정도의 IT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중은행과 같은 규모로 확대시킬 경우에는 1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IT아웃소싱 방식일 경우, 직접적으로 초기 IT투자비용은 줄어들지만 그에 따른 IT운영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사례 =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발달했으며 10여년 전부터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유럽 등에서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성공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이미 파산한 곳도 있듯이 전략이 부실할 경우 퇴출될 위험성 또한 크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과 동일한 인가조건에 따라 허용됐으나 은행별로 다양한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인 이트레이드뱅크는 주로 RP(환매조건부채권)형 자금조달과 유가투자증권이, GMAC뱅크는 금융채 방식의 자금조달과 오토론, 리스, 가드 등 대출업무, ING뱅크는 카페형 영업망과 저축예금 및 주택담보대출, 투자상품 판매 등을 주력으로 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일반은행과 기본적인 인가조건은 비슷했으나 새로운 은행업 가이드라인을 추가함으로써 법적 근거를 만들었으며 이를 근거로 4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다. 주로 예금조달을 통한 지급결제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자산관리서비스 등을 수익모델로 했다.
영국은 별도의 인가조건없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도록 했다. 에그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직장인 및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예금업무와 개인대출, 주택담도대출, 신용카드 등이 주력이다.
싱가포르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요건을 차별화하고 있긴하지만 자본적정성, 유동성 조항은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은행(BOS)은 인터넷전문은행인 ‘FINATIQ’는 자금이체, 예금상품 및 자동차대출, 투자상품 판매, 생손보상품 판매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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