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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SK AX, AI 전환 중심축으로 재탄생…데이터센터 분리로 사업 전문성 강화

이상일 기자
지난 12일 윤풍영 SK AX 대표가 새로운 사명 의미와 성장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 SK AX]
지난 12일 윤풍영 SK AX 대표가 새로운 사명 의미와 성장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 SK AX]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SK주식회사 C&C가 2024년 6월 1일부로 사명을 ‘SK AX’로 변경하고, 전사적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전략을 본격화한다. 이번 사명 변경은 SK그룹 전체의 디지털 중심 리밸런싱 전략과 맞물려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SK AX는 1991년 ‘선경텔레콤’으로 시작해 1992년 ‘대한텔레콤’, 이후 1998년 그룹 관계사 IT 아웃소싱을 계기로 ‘SK C&C’로 출범하며 그룹의 핵심 ICT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에는 지주회사 SK주식회사와 합병해 SK Inc. 산하 ICT 전문 계열사로 재편되었고, 이번 2024년 사명 변경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명확한 역할 재정립에 나선 것이다.

새로운 사명인 SK AX는 고객 중심의 AI 혁신을 주도하고, 디지털 산업 전반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전환 파트너(AX Service Partner)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윤풍영 사장은 “이번 사명 변경은 SK AX 스스로가 국내 최고의 AI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선언”이라며, "AI를 통해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SK AX는 이번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전사 전략을 'AI 디폴트 컴퍼니(Default Company)' 구축으로 명확히 전환했다. 이는 모든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운영 방식에 AI를 기본 전제로 삼는다는 뜻이다. 기존의 IT 아웃소싱, 시스템 통합, 클라우드 구축 등 기술 중심의 서비스를 넘어서, AI 기반의 업무 혁신과 산업별 솔루션 중심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진입하겠다는 선언이다.

회사는 AI 업무 분석, 시스템 설계 및 구축, 지능형 자동화, 운영 최적화 등 전사 업무 체계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2027년까지 전사 생산성을 30%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고객 맞춤형 AI 전략의 기획-설계-적용-운영까지 전 주기를 책임지는 서비스 체계를 갖춘다는 목표다.

이러한 방향성은 이미 SK텔레콤과 SK AX가 최근 공동 출범한 ‘AIX사업부’의 행보를 통해 구체화된 바 있다. AIX사업부는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에이닷 비즈(A.Biz)’와 직무별 특화형 AI 서비스인 ‘에이닷 비즈 프로(A.Biz Pro)’를 통해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의 확산을 시작했으며, 향후 외부 B2B 시장으로의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SK주식회사 C&C가 SK AX로 사명변경까지 하며 AI를 정조준 한 이상 ‘AIX사업부’의 성격과 SK AX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관심사다. 애초에 그룹사 전파와 B2B 사업이라는 성격 면에서 양쪽의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명 변경 발표와 동시에 SK주식회사 이사회는 SK C&C(현 SK AX)가 보유한 판교 데이터센터(30MW 규모)를 약 5000억 원에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가산, 서초, 일산 등 기존 보유 거점을 포함해 총 9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되며, 디지털 인프라 사업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SK AX가 자산 기반 사업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경량화된 사업구조, 즉 자산 부담 없이 AI 기술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략을 추구함을 명확히 보여주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물리적 인프라 자산을 정리하며 확보된 자본과 인력을 AI R&D, 산업별 AI 솔루션 고도화, 글로벌 진출 등에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스템 통합(SI) 시장 중심의 사업 전략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SK AX의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이 어떻게 재편될지도 관심이다.

최근 SK 그룹은 그룹 차원의 중복사업 제거 작업에 나선 바 있다. SK㈜ 관계자는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가치 제고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 재편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SK AX의 사업부문이 쪼개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AI 관점에서 SK AX는 제조, 금융, 에너지,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혁신 사례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조업 분야에서는 숙련자의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불량률을 낮추는 ‘AI 명장’ 모델, 소재 물성 예측을 통해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AI 기반 설계 최적화 솔루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산업 AI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장 중이다. SK AX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주요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최적화, AI 생산계획 자동화, 에너지 관리 최적화 등 맞춤형 산업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확장성과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AI 전환을 뒷받침할 기술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협력해 고성능 GPU 기반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고, AI 서비스 전용 자원 운영 자동화,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술 등을 적용해 서비스 안정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주요 퍼블릭 클라우드와 연계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AI 워크로드 최적 분산 및 데이터 통합 관리는 기업 고객의 대규모 AI 도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2023년 이후 AI, 반도체, 에너지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 최적화, 성과 기반 자산 재편 등 ‘리밸런싱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이번 사명 변경과 데이터센터 매각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SK AX는 AI 중심의 전문 기업으로, SK브로드밴드는 인프라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며, 지주사(SK Inc.)는 이들의 전략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포지셔닝을 취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IT서비스업체의 사명 변경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쌍용정보통신과 콤텍시스템이 아이티센그룹의 전략에 따라 각각 ‘아이티센 씨티에스(ITCEN CTS)’와 ‘아이티센 엔텍(ITCEN ENTEC)’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했다. 2004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011년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된 현대정보기술도 2019년 7월 1일 롯데정보통신에 흡수 합병되면서 소멸 법인이 됐고 이후 롯데정보통신이 롯데이노베이트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밖에 포스코ICT가 포스코DX로 사명변경에 나서는 등 AI시대의 IT서비스기업의 사명변경이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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