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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터뷰]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AFM 시장 1위에서 계측 장비 선두로…반도체 후공정 진입 목표"

고성현 기자
9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한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파크시스템스]
9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한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파크시스템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파크시스템스는 2022년 AFM 시장 1위로 올라서며 최초의 목표는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 계측기 사업에 대한 세계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미 더모피셔, 칼 자이스, KLA 등이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만큼, 이에 버금가는 국내 기업을 탄생시키고자 한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가 원자현미경(AFM) 분야 1위 기업에서 글로벌 계측 장비 시장의 선두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반도체 전공정용 장비 외에도 첨단 패키징,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마스크용 장비 등에 진출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2022년 아큐리온(Accurion GmbH)에 이어 올해 린시테크(Lyncée Tec)를 인수하고 자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최근 경기 수원시 나노종합기술원에 위치한 파크시스템스 본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회사 미래 비전과 장기적 계획에 대해 밝혔다.

파크시스템스는 박상일 대표가 1997년 창업한 원자현미경(AFM) 제조 기업이다. 원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 전자현미경 이후 개발된 3세대 현미경으로, 이전 세대와 달리 탐침(Probe)을 시료 표면에 원자 단위까지 근접시켜 나노 단위인 개별 원자와 분자를 관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 분야 권위자로 서울대학교 졸업 이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AFM계의 세계 최고 권위자다. 198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박사과정 당시 켈빈 퀘이트(Calvin F. Quate) 교수팀 아래서 원자현미경(AFM)을 발명했다. 이후 1988년 PSI Scientific Instruments(PSI)를 창업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으로 키워냈고,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기업을 매각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창업했다.

파크시스템스는 창업 후 연구용 AFM을 시장에 내놓으며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가도를 달렸고, 2010년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이후 관련 산업용 장비를 내놓으며 연 평균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던 2022년 매출 124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AFM 시장 1위였던 미국 브루커(Bruker)를 밀어내고 선두를 차지했으며, 매년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AFM을 접목한 장비 포트폴리오도 확장했다. 넓은 영역을 빠르게 측정하는 백색광 간섭계(WLI)와 고분해능 측정이 가능한 AFM의 장점을 합한 'NX-Hybrid WLI', PiFM 기법으로 물리적·화학적 조성까지 측정하는 'NX-IR'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파크시스템스의 웨이퍼용 AFM 계측 장비 'NX-Wafer'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의 웨이퍼용 AFM 계측 장비 'NX-Wafer' [ⓒ파크시스템스]

박 대표는 회사의 성장세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용 장비 시장의 기회가 잘 맞아떨어졌다. 200~300mm 웨이퍼를 비롯해 첨단 패키징, EUV 마스크에서 필요하는 시기가 잘 맞물려 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아울러 아이멕(imec)과 공동개발프로젝트(JDP)를 두 차례 진행하며 퀀텀점프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반도체용 시료는 얻기도 힘들고 공표도 쉽지 않은데, 아이멕은 이러한 요소가 개방돼 있어 좋은 홍보효과와 피드백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인공지능용 고성능컴퓨팅칩(AI HPC)의 고도화로 칩 구조가 2.5D 등 여러 적층 구조를 이루자, 이를 나노단위까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 덕이다. 이와 관련 파크시스템스는 대만 T사의 요청을 받고 여러 AFM 장비를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3DIC,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리콘포토닉스 등에 채용될 것으로 보이는 하이브리드 본딩(Direct bonding, W2W bonding)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마이크로범프를 연결하던 기존과 달리 칩과 칩 사이 구리패드를 직접 붙이는 방식으로, 붙이기 위한 두 접합 표면의 평탄도와 정교한 정렬 등이 난제로 꼽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자 단위 측정이 가능한 AFM이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파크시스템스의 장비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하이브리드 본딩에서) 구리 패드의 높낮이 등을 재고 싶어도 그 직경은 마이크로미터 대이고, 높낮이의 변형 수준은 나노미터 수준"이라며 "상당히 좁은 변형을 넓은 범위에서 재야 하기 때문에 (AFM 이외) 다른 장비로는 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첨단패키징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과제 역시 남아 있다. AFM이 기존 계측 장비 대비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를 빠르게 계측하기 위한 고속 계측 성능이 낮은 탓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안이 최근 인수를 완료한 린시테크와의 시너지다. 파크시스템스는 린시테크가 보유한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DHM)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 우선 진입하는 한편, AFM과의 결합이나 폭넓은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공정 내 계측기로의 활용 뿐 아니라 인라인용 고속 검사 장비로의 진출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2022년 아큐리온 인수 당시에도 전략적으로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를 냈고, 복지 등 본사와 동등한 대우를 약속하는 메시지를 내온 바 있다"며 "그 결과가 린시테크이라는 DHM 원천 기술을 가진 좋은 회사를 인수·합병(M&A) 하게된 계기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도 계측과 관련된 기업 M&A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큐리온과 린시테크 외에도 활발하게 논의 중인 회사가 5개가 넘는다"며 "뿐만 아니라 나노 표준 물질 제작을 갖춘 회사나 고출력 광원을 개발하는 회사, 리니어 모터 회사 등에 투자하는 등 발판을 넓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파크시스템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파크시스템스]

박상일 대표는 파크시스템스를 글로벌 계측 장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작년 1751억원이었던 매출을 장기적으로 조단위까지 끌어올려 KLA, 칼 자이스 등 세계적인 기업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더모피셔(Thermo fisher)만 해도 420억달러(약 6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칼 자이스나 KLA, 키엔스(keyence)도 수십조단위 매출을 기록할 만큼 계측기 분야는 큰 시장"이라며 "AFM만 해도 현재 10억달러 수준의 시장인 데다, 앞으로는 장기적인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 되는 것이 현재 파크시스템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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