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멈춘 건 외형일 뿐"…애경산업, 알짜 카드는 여전히 '유효'

최규리 기자

애경산업 사옥. [ⓒ애경그룹]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애경그룹이 화장품·생활용품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주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형 성장은 정체됐지만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주요 브랜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자본과 전략이 결합될 경우 반등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의 지분 63.38%를 매물로 내놨다. 해당 지분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희망 매각가는 약 6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K뷰티 시장의 주요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 여파와 실적 부진이 겹치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23.5% 감소했다. 지난 4일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3991억원이다.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는 ▲중국 매출 의존도 과중 ▲홈쇼핑·로드숍 중심의 유통 구조 ▲타깃 고객층의 노후화 등이 지목된다. 해외 매출의 약 70%가 중국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왼쪽부터)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애경산업]

다만 애경산업 역시 존재감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애경산업의 브랜드 자산 자체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색조 브랜드 루나는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배, 2023년에는 2배 성장했다. 로프트(LOFT), 플라자(PLAZA)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10~30대 여성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브랜드 앰배서더로 인기 걸그룹 아이브 '레이'를 발탁해 글로벌 팬덤 확대에 나섰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애경산업 그룹 내 효자인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쿠션 브랜드로, 홈쇼핑 채널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왔다. 최근엔 배우 수영을 모델로 기용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이미지 리포지셔닝을 시도 중이다.

인지도가 높은 생활용품 부문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2080', '케라시스', '울샴푸' 등 브랜드가 마트·드럭스토어에 폭넓게 입점돼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애경산업을 인수하는 기업이 '브랜드 플랫폼'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루나의 색조 부문 성장 가능성, 에이지투웨니스의 리포지셔닝 잠재력, 생활용품 부문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의존도, 타깃 세분화 등 구조적인 한계만 개선된다면, 애경산업은 충분히 활용 가치가 높은 매물로 분석된다.

급성장한 에이피알, 구다이글로벌 등 신흥 기업들은 소비자직접거래(D2C) 기반 마케팅과 글로벌 다변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선미녀로 유명한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를 비롯해 다수 브랜드 인수를 통해 매출 1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애경산업을 누르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뒤이어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중인 브랜드 루나. [ⓒ애경산업]

시장에서는 현재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반등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탈중국을 꿈꾸며'라는 리포트를 통해 2025년을 전망하며 "애경산업은 내수 중심의 생활용품 사업 비중이 높아 전사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화장품 부문에서 에이지투웨니스를 중심으로 중국 비중 확대를 시도했지만, 최근 대외 불확실성 심화로 실적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일본 시장에서는 루나 브랜드의 오프라인 입점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연말까지 약 6600개 버라이어티숍과 드럭스토어에 입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지난 4월에는 실리콘투와 미국 시장 내 에이지투웨니스 판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재는 쿠션과 선크림 일부 제품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향후 협력 국가와 브랜드 범위를 확대해 미국 외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시장 흐름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 내 최대 화장품 수출국으로 등극하며 프랑스를 제쳤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K뷰티 트렌드가 해외 시장에서 강한 수요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경산업의 브랜드 자산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들이 존재하며, 일부는 글로벌 무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정체된 브랜드가 아니라,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 가깝다"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애경산업은 브랜드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