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립 5주년' 지란지교데이터, AI·SaaS·해외사업 승부 건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데이터 보호 전문기업 지란지교데이터가 올해 4월 창립 5주년을 맞이한다. 2020년 지란지교소프트에서 분사했을 당시 52명이었던 조직 규모는 이제 100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74억원에서 지난해 155억을 달성했다. 5년 만에 기업 덩치를 2배씩 성장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올해 데이터 보호 시장에서는 '사업 운영이 녹록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공공 예산 집행이 지연되고 있고, 기업에서도 보안에 대한 투자 보따리를 풀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진 탓이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지난 5년의 성과에 머물기보단, 향후 5년을 이끌어갈 새 동력을 확보해 어려움을 돌파하는 데 집중한다.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확보하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환에 몰두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전장을 내민다는 포부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란지교데이터 유병완 대표와 양진모 연구소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2배 성장' 비결은? "보안 기업도 트렌드 따른다"
통상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기업은 통통 튀는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특징이 있다. 매운 라면이 유행하면 식품회사들이 너도나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특정 화장법이 유행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뷰티회사 모두가 트렌드에 올라타기 위한 경쟁을 한다.
공공과 기업 고객을 잡아야 하는 데이터 보안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지난 5년간 매출·기업 규모를 두 배 수준으로 키운 배경에 '트렌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을 포함한 데이터3법이 개정되면서, 지란지교데이터는 사업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유병완 대표는 "과거에는 개인정보 '보호'에만 초점을 뒀지만, 2020년 데이터3법이 나오면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왔다"며 "시기에 맞게 국립암센터 등 굵직한 곳에 납품을 하며 데이터를 유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으로, 지란지교데이터는 이곳 가명처리 및 데이터 결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트렌드에 맞춰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 '필터(FILTER)' 시리즈 라인업도 확장했다. 기존 ▲PC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 '피씨(PC)필터' ▲개인정보 및 불건전 게시물 필터링 솔루션 '웹필터' ▲서버 개인정보 진단 솔루션 '서버필터'에 이어, 2021년 2월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 '아이디(ID)필터'를 출시하며 본격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국립암센터에 탑재된 솔루션 또한 아이디(ID)필터다.
이제 지란지교데이터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AI다. 2023년 ▲AI 기반 데이터 필터 솔루션 'AI필터'를 출시했고, 올해는 ▲AI 기반 지식 관리 솔루션 'AX웍스'를 선보이며 데이터 활용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웍스 시리즈는 AX웍스와 국회 대응 업무 관리 솔루션 '나라웍스'로 구성된다.
유 대표는 "GPT 등장 이후 AI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관리자가 편해질 수 있는 AI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AI 등 두 가지 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지란지교데이터는 제품 관리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AI에 집중해 흐름과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란지교데이터를 상징하는 AI 기술로는 광학문자인식(OCR)과 개체명인식(NER)이 있다. OCR은 이미지 속 텍스트를 데이터로 치환하는 기술이다. 지란지교데이터는 OCR 모델을 경량화해 적은 자원으로 탐지 및 추출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양진모 연구소장은 "이미지 안에 있는 개인정보를 찾기 위해 처음 AI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지란지교데이터가 추구하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호 영역에서 이를 확장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이미지만 처리했다면 이제는 비정형 텍스트·영상 쪽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 대형언어모델(LLM)을 비롯해 비정형이 다양해지면서 AI를 통해 보호할 수 있는 측면을 살펴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클라우드 네이티브' 여정…SaaS 전환으로 속도전
지란지교데이터의 모든 기술 개발이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양 연구소장은 "초기 비식별화 솔루션 엔진 개발을 진행하면서, 속도적인 이슈로 인해 개발하던 엔진을 다시 뒤엎어버리는 상황이 있었다"며 "처음 계획과는 반대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알고리즘 처리 부분과 엔진 전체를 다른 언어로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지만 일정 안에 변경할 수 있었고 수주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AI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였다. 양 연구소장은 "OCR 초기 모델에서도 속도 이슈가 있었지만 며칠 안에 원하는 속도까지 끌어올렸던 기억이 있다"며 "개발 상황은 수시로 변화하고 대응해야 하기에, 많은 변수를 극복했던 기억이 오래 남는 것 같다"고 뒤돌아봤다.
그 결과 필터 시리즈는 지란지교데이터 실적에 견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PC필터는 40%, 웹필터는 30%, 서버필터는 10%, ID필터는 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AI 등 실적은 15%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ID필터의 경우 가명처리 속도, 가명처리 알고리즘 추천 기능 개선 등을 반영한 차세대 버전을 준비 중이다.
라이선스 발급 기준으로, 고객사 규모는 약 1500곳에 달한다. 산하기관 및 계열사 등을 포함해 전체 사용 기업까지 취합했을 때에는 약 1만개 기관 및 기업이 지란지교데이터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다. 지란지교데이터는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을 추진하고, SaaS 전환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지란지교데이터는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 플랫폼에 입점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비롯해 NHN·KT·카카오클라우드·가비아 등 마켓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지속 가능한 매출 성장에 있어 SaaS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SaaS 서비스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 규모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 대표는 "SaaS 제품으로 1년에 6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로드맵 및 계획대로 추진이 된다면, 5~6년 사이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 대표는 지란지교데이터의 2대 대표인 만큼, 미래 후배 대표가 이끌 사업에 SaaS가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SaaS를 발판으로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 후배들에게 어떻게 지속 가능한 회사를 물려주고 떠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에 발맞춰, 지란지교데이터는 필터 시리즈와 AI 기능을 통합 제공할 수 있는 방향도 살펴보고 있다. 유 대표는 "PC필터로 로그를 취합하는 부분을 준비하고 있고, 서버필터 또한 에이전트 등 영역에서 준비가 추진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향성을 정해 놓고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란지교데이터는 AI·SaaS 전략과 함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올린다. 특히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안 제품 제값 받기가 가능한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란지교는 그룹 차원에서 '재팬 투 글로벌(Japan to Globa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는 세 가지 전략을 필두로 5년 뒤에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는 "창립 5주년을 맞아 2배 성장을 이룬 만큼, 향후 5년 뒤에도 2배 성장을 이루는 지란지교데이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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