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매출만 보면 되는 줄 알았다"…고개 숙인 백종원 더본 대표

최규리 기자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더 소통하고, 귀 기울이겠습니다. 많이 느꼈습니다. 너무 혼내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낮게 잠긴 목소리로 등장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침착하면서도 담담한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28일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는 "정말 오늘은 주주분들이 뭐라도 던지면 맞을 각오를 하고 왔다"며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 번 더 기다려줄게'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백 대표는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상장사 대표로서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외식기업으로서의 책임과 부족했던 점들을 직접 설명하고, "단순히 매출만 잘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판단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그는 "그동안 회사의 매출과 실적에만 집중하며,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점주와 소비자, 주주와의 소통을 등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후 처음 맞는 주총인데, 그 의미조차 잘 알지 못했다"며 "해외에서 더본코리아를 알리는 데만 집중했지, 주주와 시장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더본코리아는 원산지 표시 위반, 식품 위생 문제, 지역 축제 운영 논란 등 연이은 악재에 직면했다. 백 대표는 이에 대해 "모두 저희가 잘못한 것"이라며 "비판을 피할 생각이 없다. 조직이 커지며 놓친 틈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변화가 있겠지만, 다만 시간은 조금 필요하다"며 "전사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재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백 대표는 "이제서야 주주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실감하고 있다"며 "수익만 잘 내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지속적으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홍보 조직조차 두지 않았는데, 이제는 홍보팀 신설을 포함해 외부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점주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백 대표는 "슈퍼바이저 확대, 유통 제품 검증 강화 등 본사 인력 충원을 고려 중이나, 그 부담이 가맹점에 전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점주님들이 믿고 따라와 주셨는데, 본사가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및 생산설비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잉여자금을 활용해 자체 생산시설 투자 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결정이 아닌, 상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OEM·ODM 방식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경계하면서도, "우리가 잘한다고 생각한 방식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기회에 회사를 근본부터 돌아보겠다"며 "다음 주총에서는 좀 더 당당하게 뵐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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