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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3등급'인데… 동양·ABL생명 인수 여력, 괜찮나?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인수를 목전에 둔 가운데, 우리금융의 인수 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에 있어 3등급이라는 성적을 통보 받은 만큼, 우리금융의 금융사 인수 여력에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두 생보사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재무 건전성이 후퇴할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몸값보다 싼 값에 매입했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8일 우리금융 측에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은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과 겹친다는 점이다. 작년 8월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금융사 인수의 최종 관문인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ABL생명 편입을 승인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최소 2등급은 돼야 한다. 인수 직전 금감원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악조건 속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을 품고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13%로 집계돼 KB금융(13.51%), 신한금융(13.06%), 하나금융(13.22%)보다 1%포인트(p) 가량 낮았다. 당국의 권고 수치인 12%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이다.

CET1비율은 CET1에서 위험가중자산(RWA)를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이 비율이 낮을 수록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ABL생명을 인수한다면 그 과정에서 큰 돈이 투입이 되므로 CET1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는 금융사를 인수하려는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도 검토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시장이 우려하는 재무 건전성 후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딜이 성사될 시 일시적으로 CET1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염가매수차익 등을 고려해 하락 수준은 0.06%p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염가매수차익이란 M&A 과정에서 인수대가보다 피인수기업의 공정가치가 클 때 발생하는 회계상 이익을 뜻한다. 쉽게 말해 실제 몸값보다 싼 가격에 인수를 하면 발생한다.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동양·ABL생명을 1조55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두 생보사의 순자산가치는 2조원 수준에 달하므로 약 400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애초에 우리금융이 재무 건전성으로 발목을 잡힐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당국이 내부통제 문제로 M&A를 걸고 넘어질 순 있어도 재무 건전성 때문은 아니라는 논리에서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 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이 중 내부통제를 다루는 리스크 관리 부문과 자회사 관리를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 '미흡' 판단을 내렸고 이에 3등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무 건전성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은 우리금융 자회사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건을 강하게 문제 삼아왔다"며 "등급 강등도 내부통제와 자회사 관리 실패에 기인한 것이고, 금융위도 재무상태가 아닌 두 요인을 더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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