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과징금 집중점검②] “담합 전제, 성립하지 않아”…흑연전극봉 국제 카르텔 사건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사업자 간 담합 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판결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114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담합이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대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의견은 물론, 관련한 판례도 의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2월26일과 3월5일 두차례 이동통신사업자 간 담합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담합에 전제가 되는 ‘기본합의 성립’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공정위 측은 20개의 개별 정황자료를 토대로 번호이동(MNP) 순증감 조정을 위해 사업자들이 담합했다 봤다.
이른바 ‘시장상황반’에서 피심의인 간 주고받은 메시지가 근거가 됐다. 이 메시지는 KAIT 담당자가 일명 ‘일일동향보고서’로 작성됐는데,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3사가 ‘협의’ 하여 장려금을 인상시켰다는 내용이 담긴 2015년 12월5일자 보고서가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통신3사가 번호이동 조정을 위해 판매장려금을 축소하기로 협의했으나 같은날 오후 6시 KT가 단독으로 장려금을 인상했다. 이후 저녁 7시5시 당시 방통위 담당 사무관이 원복을 지시하자, KT가 대화방에서 사과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즉, 판매장려금 담합에서 KT의 이탈을 막고자 타사가 제보하고, 원복에 합의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선 흔히 이탈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이에 담합을 잘 이해하는 감시기구를 만든다”라며 “(방통위가 상황반에) 개입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방통위가 해당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KAIT와 방통위가 통신3사의 담합을 도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피심의인 측은 흑연전극봉 국제 카르텔 사건을 예로 들면서,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는 담합에 전제가 되는 ‘기본합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기본합의란 사업자들 간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단절됨이 없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 실행하기 위한 기간 등의 합의를 말한다.
즉,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는 2015년·2016년·2020년·2022년 등 산발적으로, 기본합의가 단절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담합의 전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공정위의 주장이 성립되려면, 공백기간에도 사업자 간 공동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오히려 입증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기본합의가 없는 경우 담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도 제시됐다. 흑연전극봉 국제 카르텔 사건으로, 당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려는 의사나 목적이 달라졌다고 보이지 않으며, 그 실행행위 또한 단절됨이 없이 계속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니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형성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적혔다.
이에 LG유플러스 측 법률대리인은 “번호이동 순증감 수치가 편중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유만으로 기본 합의라고 심사관이 이야기하고 계시시만, 공감대만으로 기본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판례는 없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건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는 한달 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과징금은 번호이동 가입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의 1% 수준인 총 1140억원(잠정)으로 책정된 가운데, 최종 의결서에선 더 낮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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