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과징금 집중점검①] ‘사상초유 규제충돌’...고개 드는 방통위 책임론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1140억원 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은 상황 속, 단통법과 공정거래법 간 규제충돌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는 분위기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간의 이해충돌은 예견돼 있었던 사안이며,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 및 금지행위와 관련해 통신3사의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며, 1140억원 규모 과징금을 잠정 결정했다. 통신3사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MNP)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 실행한 행위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통신3사 측 법률대리인들은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개최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결정에 다수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가 주장하는 ‘담합’ 행위는 특별법 성격인 단통법 규제에 따른 결과로, 공정거래법 116조에 따른 적용 제외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116조는 “이 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용 제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①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이 있어야 하고, ②법률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 최소한의 행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해석상으로도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해 적용하게 돼 있다. 단통법은 과열되는 단말기통신 유통 시장을 안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으로, 일종의 특별법 형태로 제정됐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단통법의 입법영향분석’ 25~26쪽에는 “단말기유통법 제정 과정에 공정거래법 규제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현행 조문에서 해소된 상태”라며 “단말기유통법은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하여 일종의 특별법적 규제가 되는데…(후략)”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공정위도 적용 제외 요건을 인지하고, 통신3사가 ②번 요건인 ‘법률이 정하는 한도 내 최소한의 행위’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방통위의 지시는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라는 것이었으며, ‘번호이동(MNP) 순증감’을 조정하는 것은 최소한도를 넘어선 행위라는 주장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 국장은 지난 12일 과징금 결정 브리핑 질의 시간에 “통신3사는 방통위 규제를 벗어나 MNP 순증감 건수를 조정하는 합의를 했으며, 이는 행정지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과징금 결정에 더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게 만드는 불씨가 됐다. 당초 최소한의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MNP 순증감을 조절하는 행위가 최소한도를 넘어선 행위가 맞는지 등 따져볼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짚은 ‘MNP 순증감’ 수치는 업계 및 방통위가 시장 과열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로 꼽은 통계다.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방통위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살피고 조정해야하는 부분이라는 것이 통신3사 및 방통위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통신3사 법률대리인들은 지속적으로 “MNP는 가장 직관적으로 시장 과열상태를 살필 수 있는 자료”라고 강조하며 공정위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이처럼 논란 여지가 다수 있는 과징금 결정인 만큼, 사전에 규제충돌을 방어하지 못한 방통위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과징금 결정 과정에서부터 다수 의문이 제기됐으며, 반박할 여지가 많았음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출신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담합행위가 인정된다면 통신3사에게 이중 처벌을 가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방통위는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통사가 준법행위를 했음에도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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