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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과징금 비하인드③] 공정위는 왜 '시장상황반'을 담합의 증거로 봤나

강소현 기자

통신3사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상초유 ‘규제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4년 제정된 ‘단통법’에 의한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조정 행위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과열경쟁 조정’ 관점으로 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봤다. 한때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로 과징금을 물었던 통신 3사가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게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결정 뒷 이야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사업자 간 담합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월26일과 3월5일 두차례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시장상황반’(이하 상황반)의 설립 목적을 두고 이견이 표출됐다.

양측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지시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상황반을 운영해온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정위는 ‘담합 이탈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입장인 반면, 통신3사는 ‘사업자들의 위법 행위를 지적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 공정위 “상황반, 담합 이탈자를 감시하기 위한 공간”

상황반은 단통법이 제정된 2014년부터 2022년 9월말까지 KAIT와 통신3사에 의해 운영됐다. 시장 과열에 따른 이용자 차별을 막는다는 단통법의 취지에 따라, 상황반에서 KAIT의 시장 모니터링 혹은 사업자 간 제보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 피심의인(KAIT·SK텔레콤·KT·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번호이동(MNP) 건수가 시장 과열의 지표로 활용되며, 어느 한 이통사의 번호이동(MNP) 순증 건수가 지속 증가하는 경우 스스로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이 발생한 다른 이통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높여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통신3사가 상황반을 통해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현황을 공유한 것이 서로 비슷한 가입자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담합행위라 봤다. 그리고 상황반은 담합에서 이탈하려는 사업자를 감시하기 위한 조직이라 봤다.

여기엔 상황반에서 피심의인 간 주고받은 메시지가 근거가 됐다. 대화방에 ‘A사가 혼자 판매장려금을 올렸다’는 취지의 제보가 올라오면, 제보받은 사업자가 ‘어이쿠,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말을 했는데 이들이 실제 경쟁 관계에 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피심의인 간 주고받은 메시지는 KAIT 담당자가 일명 ‘일일동향보고서’로 작성됐는데,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3사가 ‘협의’ 하여 장려금을 인상시켰다는 내용이 담긴 2015년 12월5일자 보고서가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통신3사가 판매장려금을 축소하기로 협의했으나 같은날 오후 6시 KT가 단독으로 장려금을 인상했다. 이후 저녁 7시5시 당시 방통위 담당 사무관이 원복을 지시하자, KT가 대화방에서 사과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즉, 판매장려금 담합에서 KT의 이탈을 막고자 타사가 제보하고, 원복에 합의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선 흔히 이탈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이에 담합을 잘 이해하는 감시기구를 만든다”라며 “(방통위가 상황반에) 개입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방통위가 해당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KAIT와 방통위가 통신3사의 담합을 도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 통신3사 “상황반 내 제보, 담합 아닌 경쟁의 증거”

다만, 피심의인 측은 상황반이 경쟁사의 위법 행위를 지적하기 위한 공간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단통법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지 않으려면 상황반을 통해 불가피하게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등을 공유하고, 시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경쟁이 없었다면 사업자 간 신고가 있었겠냐”라며 이러한 사업자들 간 제보와 신고가 담합이 아닌, 오히려 경쟁의 증거라고도 반박했다.

특히,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가 2015년·2016년·2020년·2022년으로 산발적인 부분을 두고 “그 공백은 우리가 더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담합 이탈을 감시하기 위한 공간이었다”라는 공정위의 주장이 성립되려면, 공백기간에도 사업자 간 공동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피심의인 측은 상황반이 번호이동 편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담합 이탈을 감시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공정위에 역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이미 '단통법과 별개로 MNP 조정은 담합'이라는 전제를 두고 정황을 통해 추정만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공정위가 담합의 취지로 해석한 2015년 12월5일자 보고서 내 ‘합의’ 표현과 관련해선, 일일동향보고서의 취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에 보고되는 자료로, 통신3사가 규제에 잘 순응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자 ‘3사가 합의했다’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즉, KT가 앞으로 단통법을 준수하겠다는 대의적 의사를 표시한 것을 KAIT 직원이 보고서의 목적에 맞게 작성하는 과정에서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러한 모든 상황이 방통위 지시로 이뤄진 가운데 상황반에서 실제 담합에 대한 사업자 협의가 이뤄졌냐는 논의는 이번 사건의 본질과 벗어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피심의인 측은 “상황반을 만든 주체와 이 상황을 제재하고 규제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봐야 한다. 결국 방통위다”라며 “상황반 카톡에 있는 내용들이 방통위에 모르게 혹은 방통위 생각과 달리 되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12일 이동통신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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