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감동없는' 금융권의 사외이사 교체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1년 전 이맘때,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패닉에 휩싸였다.
홍콩H 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이를 추종하는 ‘홍콩ELS’ 관련 상품의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특히 홍콩ELS 상품 판매 비중이 타 은행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던 국민은행으로 인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분기 결산에서 862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해야했다.
또 신한·하나· 농협금융도 손실 규모는 KB금융 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역시 적지않은 재무적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홍콩ELS 사태로 인한 책임론이 뒤따랐다.
“전문가들이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대응할 수 없었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냐”는 등의 비판이 금융권 안팎에서 쏟아졌다.
그런 와중에 더욱 도마에 오른 것이 ‘사외이사 역할론’이었다.
리스크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은 금융회사 내부 조직 구성원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다양한 사안에 대해 경고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서 당연히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이사회외에 별도로 구성되는 금융지주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에도 대개 사외이사 3~4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비단 논란이 된 것은 홍콩ELS 사태 뿐만 아니었다.
지난해 미국 고금리 상황을 예측하지 못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도 역시 줄줄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사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이를 사전에 경고하거나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금융지주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해외 부실 은행이나 자산을 덜컥 인수해, 두고 두고 애를 먹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역시 사외이사 등 견제 장치가 사전에 작동했다면 미리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형 금융그룹 소속의 한 관계자는 "교수 등 사외이사들이 구성이 다양하다보니 금융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고, 또 현실적으로 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영진에게 사외이사들이 정면으로 쓴소리를 하기힘든 문화도 작용하고 있다. 쉽게 고쳐질 것 같지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이사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회사측 안건 상정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 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평균 연봉 8000만원~1억원을 받고있는 사외이사들이 금융회사의 의사결정에 구색을 맞추기위한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멤버 교체가 최근 일단락됐다.
올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구성에서 특징은 여성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과, ‘내부통제’와 디지털부문 전문가가 강화됐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중 여성은 12명으로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사외이사의 여성 비율이 높아진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 역시 사외이사 선출의 또다른 강박으로 작용했다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때문에 솔직히 올해 새롭게 진입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어떠한 감흥이나 감동은 느껴지지는 않는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자리를 서로 하겠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족히 몇백미터는 될 것"이라는 말을 듣노라면, 사외이사에 대한 인식 수준이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않기때문이다.
물론 사안을 무작정 냉소적으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올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교체 사례를 보면,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일부 엿보인다.
우리금융의 경우, 올해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임기만료된 5명중 4명을 신규 인사로 교체했다. 소폭의 교체에 그친 타 금융지주사들의 사례와 비교해선 예상밖이라는 평가다.
또한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개편과 함께 감사위원 4인을 전원 교체하고,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에 따라 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 겸직 구조도 해소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가 '거수기'라는 오명을 들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금융사의 권력 구조가 관습화된 채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바꿔말하면, 이같은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지주 회장 중심의 제왕적 권력 구조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 견제 장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 않은데 따른 결과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쏟아내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강도높은 정기감사를 통해 우리·농협금융 등 지배구조 현안을 체크했지만 그 자체론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회장 중심의 제왕적 권력을 스스로 해체시키는 혁신외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스스로의 혁신, 현실적이지 않고 요원하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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