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데스크칼럼] 영화 ‘인생’처럼…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운수좋은 날’

박기록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금융지주사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올라왔을 때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총 인수가액이었다.

우리금융측이 공개한 대로, 동양생명은 1조 2840억원(지분 75.34%), ABL생명은 2654억원(지분 100%)으로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금융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좋은 가격’에 우량 매물을 얻었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6위 대형사로, 작년 총자산 33조원, 당기순이익 3000억원을 거두는 등 우량물건으로 평가받아왔다.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파문으로 최근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M&A 협상 결과는 대출 스캔들과는 별개로 높게 평가받아야할 부분이다.

최종 인수전까지 당국의 인‧허가 과정에서 ‘우리금융 제재’와 같은 변수가 돌출될 수 있겠지만 이 조건대로라면 우리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가에선 ‘인수금액 1.8조원 미만’에서 우리금융이 보험사 M&A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를 주시했다.

지난달 31일, 대신증권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리포트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만약 1.8조원 이상 투자하게 된다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표대로라면 우리금융은 “오버 페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셈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KB금융(13.59%)과 비교해 큰 격차가 나고, 앞으로의 밸류업 여정도 만만치 않다.

참고로 우리금융이 약속한 밸류업은 ▲지속가능 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이 핵심이다. 관련하여 총주주환원율은 CET1 12.5%~13% 구간에서는 40%까지, 13%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일단 그 첫단추는 잘 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거의 같은 시간에 우리금융이 공개한 또 다른 자료는 매우 뼈아픈 내용을 담았다.

다름아닌 임종룡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이다.

임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퇴진 등 자신의 거취까지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무겁게 읽힌다.

물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 경영진을 연거푸 강하게 질책한 이후에 나온 사과라는 점에서 모양새는 구겼지만 임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필요한 수순이었다.

마치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人生, 1994년작)을 보듯,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이 연상돼듯 우리금융의 역사에 있어 이날은 반전과 역설이 뒤섞인 하루로 기억될 듯 싶다.

가끔씩 현실은 영화나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성공적인 ‘보험사 M&A 성과’와 전임 회장 부당대출 건과 관련한 ‘우리금융 경영진들의 책임론’을 서로 상쇄시키는 유치한 전개(?)는 없었으면 한다. 당사자들도 그런 식의 전개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