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복현의 ‘라스트 댄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4년 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는 분량도 방대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무게감이 적지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예고했던 ‘매운맛’은 허언이 아니었다.
흡사 검찰의 경제범죄 수사결과 발표와 같은보도자료는 그가 ‘검사’ 출신이란 점을 새삼 상기시켰다.
금융회사명 대신 A, B, C로 표기했지만 이미 우리, KB,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인 것을 공지한만큼 발표내용에서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짐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자료엔 KB, 농협금융에 비해 우리금융과 관련한 내용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매운맛’의 당사자로 지목된 우리금융에 꽂혔다.
우리금융 손태승 전임 회장과 관련한 부당대출을 380억원 추가 적발해 총 73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이중 451억원(61.8%)는 현 경영진 출범 이후 취급됐다고 기술한 부분이 특히 파장이 컷다. 어떤 식으로든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할 일’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금융지주의 경영평가실태 등급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금융이 추진해온 보험 M&A(인수합병)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차분하게 들여다볼수록, ‘과연 3개 금융지주·은행만의 문제일까’라는 것으로 생각이 정리된다.
이복현 원장도 모두 발언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주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鞏固)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蔓延)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고의 근본 원인중 하나로 금융지주 회장들의 제왕적 행태와 후진적 지배구조의 문제로 보는 그의 인식은 여전히 굳건해 보였다.
실제로 금감원은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 '건전성·리스크관리의 경시',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문화'를 금융사고의 이유로 꼽았다.
즉, 은행원들이 제대로 규정을 지켰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인식이다.
그렇다보니 해법도 선진 베스트 프렉티스의 도입과 같은 기술적 방식보다는 책무구조도의 안착, 무관용원칙, 단기실적주의 완화, 준법제보 활성화, 신상필벌의 엄정한 조직문화 유도 등 윤리적 측면이 강조된 느낌이다.
물론 자료에 언급된 사례들 몇가지를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은행원이 아니라 거의 ‘파렴치범’에 가깝다.
'여신그룹지원 부행장 A가 같은 교회 교인인 대출 브로커 B를 부하 직원이었던 지점장 C에게 소개했고, C는 이후 몇 년간 여신(대출)을 취급해주면서 처의 계좌를 통해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 '은행이 대출연체시 민법상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까지 고객 예금에서 상계'시킨 비정한 행태에도 이 원장은 분노했다.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때문에 향후 일정을 점치기 어렵지만, 지난 2022년 6월에 시작한 이 원장의 임기는 이제 약 4개월 정도가 남았다.
그런점에서 앞서 두 차례나 발표를 연기하면서 공들였던 이번 '지주·은행 정기검사' 결과는 사실상 그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라스트 댄스’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관치금융 논란과는 별개로, 지난 3년간 금융 당국 수장을 맡으면서 검사의 시각으로 금융을 바라보았던 자신의 '정의관'이 이번 발표에 고스란히 표출됐다는 느낌이다.
비록 '매운맛'과 같은 거친 단어로 표현됐지만 나름 신선했다.
중세 시대의 수도원처럼 스스로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금융권에 경종을 울린 것, 그자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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