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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ELS'판매 제한한다지만…은행권 "반쪽자리 규제"

강기훈 기자
ⓒ5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금융당국이 제2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방지하고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채널을 거점점포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국이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내놓지 않아 이 같은 규제에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은행이 고객들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 비이자이익을 추구할 길마저 제한한다는 볼멘소리도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 사태 관련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홍콩 ELS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여 만이다.

개선책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에서는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거점점포에는 ELS 판매를 위해 영업점 내 다른 장소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출입문을 따로 마련하거나 층간 분리 등 조치를 통해서다.

또, 관련 교육 이수 및 자격증 보유 등 자격 요건을 갖추고, 3년 이상의 판매 경력을 가진 전담 판매직원만 ELS를 판매할 수 있다.

아울러, 판매 원칙도 손본다. 앞으로 은행 등 판매사는 상품별 판매 대상 고객군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가령, 기대손실 구간이 전액 손실인 투자자에게만 ELS 투자를 권유할 수 있게 된다.

홍콩 ELS 손실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 중 대다두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을 감안해, 지정인 확인 서비스 또한 마련된다. 고령 소비자가 가입을 원할 때 가족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5대 은행의 점포 수가 작년 말 기준 3900개 정도 되는데 이 중 5~10% 수준이 거점 점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전국에 있는 200~400개 정도의 거점점포에서 ELS를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에도 은행권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당국의 대책이 기존 해왔던 방식을 그저 명문화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규제방안마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지금까지 ELS는 전담 창구를 통해 판매돼 왔다"며 "거점점포를 만든다는데 거점점포의 기준도 모호하고, 현재 내놓은 대책은 기존의 방식을 명문화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지침을 어겼을 때 은행이 어떤 제재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당국이 제시하지 않았다"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의 규제가 이자장사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최근 은행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기업이기에 실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자이익을 더 늘릴 순 없고 방법은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것밖엔 없는데 ELS 판매를 제한하는 처사는 오히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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