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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동경비구역 JSA부터"…CJ ENM 30년 문화산업 발자취를 찾다

채성오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ENM센터 1층에서 CJ ENM 문화산업 30주년 특별전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가 진행되고 있다. [ⓒ CJ ENM]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ENM센터 1층에서 CJ ENM 문화산업 30주년 특별전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가 진행되고 있다. [ⓒ CJ ENM]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처음으로 만나볼 곳은 장 푸르베의 집입니다. 1944년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한테 주었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CJ ENM도 문화 사업에서 그런 가능성을 만들고, (하나의) 집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검정 쇠창살과 회색빛 컬러로 뒤덮인 문 앞에 서자 낯선 우체통과 집을 굳게 지키는 초인종이 취재진을 반겼다. 20세기 프랑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장 푸르베'의 '해체할 수 있는 집(Demountable House)'이 설치된 이 곳은 CJ ENM센터 1층에서 진행 중인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다.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는 CJ ENM이 문화사업 출범 30주년을 맞아 다음달 7일까지 진행하는 프라이빗 특별전이다. 쇠창살로 된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축과 가구의 경계를 허물고 기능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구현했던 장 푸르베의 철학을 만나볼 수 있었다. CJ ENM은 해체할 수 있는 집을 통해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집'으로서의 역할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995년 4월 당시 제일제당이 미국 드림웍스에 3억달러(한화 약 4298억원)를 투자하며 시작된 CJ ENM의 문화사업 씨앗은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눈물의 여왕' 등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열매를 맺었다.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엔 지금의 CJ ENM를 있게 한 문화 산업의 흔적들이 재현돼 있었다.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 속 작업 공간 테마존. [ⓒ CJ ENM]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 스토리 투 컬쳐' 속 작업 공간 테마존. [ⓒ CJ ENM]


전시 공간 입구엔 영화 기생충에서 가정부였던 '국문광(이정은 분)'의 광기 어린 처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초인종 화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입구를 지나 마주할 수 있는 서재엔 CJ ENM 건물 개발 당시 작성했던 이재현 CJ 회장의 개관사를 비롯해 이미경 CJ 부회장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만남이 담긴 사진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재를 지나면 창작자들의 작업 공간을 재현한 콘셉트 존을 만나볼 수 있다. 각종 영화 소품, 콘티, 습작 노트 등을 구현한 작업 공간을 통해 CJ ENM의 문화산업을 이끈 창작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창작자들이 기발한 상상력을 이끌어 내기까지 영감을 줬던 작품과 번뜩이는 순간을 담은 콘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결과물들이 어떻게 탄생했는 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작업 공간을 지나면 또 하나의 문을 마주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 곳엔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박완(고현정 분)'이 누웠던 침대가 놓여 있었다.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의 침실을 구현한 공간은 '공감'이라는 테마로 꾸며져 '드라마 속 캐릭터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소품을 구현한 공간. [ⓒ CJ ENM]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소품을 구현한 공간. [ⓒ CJ ENM]
tvN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한 시리즈의 소품을 구현해 놓은 공간. [ⓒ CJ ENM]
tvN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한 시리즈의 소품을 구현해 놓은 공간. [ⓒ CJ ENM]


이 외에도 ▲'나의 아저씨' 속 '정정희(오나라 분)'가 운영했던 술집 '정희네'의 폰트 ▲1980년부터 1990년대까지 그 시절 아이들이 즐겨 먹었던 불량식품·과자부터 드라마 속 의상을 재현한 '응답하라 시리즈(1988·1994·1997)' 소품 ▲시공간을 초월한 두 형사의 매개체가 된 '시그널' 속 무전기 ▲초창기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사용했던 간의 의자 ▲'신서유기' 속 드래곤볼에 이르기까지 오리지널 소품과 콘셉트 디자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대한민국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서바이벌 오디션'의 역사도 하우스 오브 더 비저너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열정'을 테마로 한 해당 공간은 '슈퍼스타K'의 시그니처 멘트인 '60초 후에 공개됩니다'가 새겨진 바닥과 '쇼 미 더 머니'를 상징하는 목걸이가 전시돼 있다. 당시 2NE1(투애니원)이 출연했던 슈퍼스타K 홍보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창조'를 테마로 한 전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CJ ENM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1호 뮤지컬인 '킹키부츠'에서 서경수 배우가 직접 신었던 부츠부터 MAMA 어워즈 트로피, 드라마 '도깨비' 속 '김신(공유 분)'의 검과 어린 '김선(김소현 분)'의 초상화 족자 등이 재현돼 눈길을 끈다.

tvN 드라마 '도깨비' 속 김신(공유 분)의 검을 재현한 전시품. [ⓒ CJ ENM]
tvN 드라마 '도깨비' 속 김신(공유 분)의 검을 재현한 전시품. [ⓒ CJ ENM]
토니 어워즈 트로피(왼쪽)와 뮤지컬 '킹키부츠' 속 부츠 소품. [ⓒ CJ ENM]
토니 어워즈 트로피(왼쪽)와 뮤지컬 '킹키부츠' 속 부츠 소품. [ⓒ CJ ENM]


도깨비가 단숨에 단풍국(캐나다)으로 이동하듯 활짝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공간엔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설원이 펼쳐졌다. 시각특수효과(VFX)로 구현된 설원과 자작나무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드라마 속 '혜인(김지원 분)'이 길을 잃고 헤맸던 자작나무 숲을 CJ ENM VP STAGE와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1995년부터 시작한 CJ ENM의 문화산업과 ▲공동경비구역 JSA ▲슈퍼스타K ▲MAMA ▲응답하라 1997 ▲눈물의 여왕 등 비너저리 작품들이 열거된 '비저너리 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비저너리 월을 지나 2층으로 가는 계단은 20개의 작품이 층층마다 새겨져 CJ ENM의 비저너리 선정작을 자연스럽게 눈에 익힐 수 있다. 계단을 지나면 CJ ENM이 배출한 5세대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석매튜가 내레이션을 맡은 전시영상과 마주한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설원을 재현한 '비저너리 월'. [ⓒ CJ ENM]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설원을 재현한 '비저너리 월'. [ⓒ CJ ENM]
전시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적혀 있는 CJ ENM 비저너리 선정작 20선. [ⓒ CJ ENM, 디지털데일리]
전시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적혀 있는 CJ ENM 비저너리 선정작 20선. [ⓒ CJ ENM, 디지털데일리]


CJ ENM의 문화산업을 있게 한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공간과 마주하게 됐다. 30년 간 구축한 문화산업의 흔적들은 CJ ENM이 어떻게 K-컬쳐의 리딩기업이 됐는 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우리가 쉽게 보고 지나쳤던 영화, 드라마, 예능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고,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열정이 지금의 K-컬쳐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CJ ENM 관계자는 "드라마, 예능, 영화가 단순히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 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공간 등을 통해 CJ ENM의 문화산업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장 푸르베의 해체할 수 있는 집과 영화 기생충 속 한 장면처럼 문을 열고 가능성에 도전하는 여러분의 이야기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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