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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CXL D램 확대 기대감…中 진입·초격차 확보가 과제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DDR5 96GB CXL 2.0 메모리 샘플. [ⓒSK하이닉스]
DDR5 96GB CXL 2.0 메모리 샘플. [ⓒ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양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D램 모듈 양산을 앞두면서 관련 시장 개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챗GPT' 등장으로 시작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이 다시 한번 메모리 모멘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CXL이 HBM 대비 기술적 난도가 높지 않은 만큼 중국 업체의 추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CXL 3.0 등 차세대 표준에 맞춰 기술을 선점하고, 특화 성능을 높이거나 시스템화하는 등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동반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 2.0 기반 D램 모듈인 'CMM-DDR5' 양산 시작을 앞뒀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다음달 말 양산에 돌입하며, 삼성전자도 CXL 메모리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CMM-DDR5는 차세대 인터커넥트 표준인 CXL을 지원하는 메모리 모듈이다. 모듈 내부에 CXL 컨트롤러를 탑재해 CPU·GPU와의 데이터 이동속도 개선과 원거리·다중연결을 가능케 한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 D램은 메인보드 내 CPU나 GPU 옆에 DIMM 형태로 탑재되는 형태로, 용량을 확장하려면 추가로 CPU 등이 붙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CXL D램 모듈을 활용할 경우 내부 메인보드나 별도 장치의 PCI익스프레스(PCIe) 단자를 활용해 꽂을 수 있어 획기적인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현재 CXL 2.0의 경우 메모리 확장에 중점을 둔 익스펜더(Expander) 기능이 핵심이며, 향후 상용화될 3.1·3.2 버전에서는 캐시 일관성을 활용한 실시간 다중작업 등 인공지능(AI)에 특화된 요소가 추가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부터 CXL D램 등이 탑재될 응용처가 차츰 확대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하반기 인텔이 CXL 2.0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 '제온6 6900P' 등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열리고 있어서다.

주요 적용처는 일반 데이터센터나 엣지 서버 등 범용 서버가 거론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HBM 기반 메모리 대역폭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어 CXL 2.0 기반 시스템이 투입되기는 어렵지만, 높은 랙(Rack) 구성 자유도로 총소유비용(TCO)을 줄일 수 있는 범용에는 유효한 옵션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소규모언어모델(sLM), 도메인특화모델(DSM) 기반의 AI 서버에도 탑재돼 LLM 중심의 엔비디아 NV링크(NVLink)와 AI 서버 '투 트랙'을 형성할 가능성이 나온다.

CXL 2.0 D램. [ⓒ삼성전자]
CXL 2.0 D램.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CXL 메모리 모듈이 상용화될 경우 메모리 업황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으로 메모리 불황 위기를 버텨낸 만큼, CXL이 HBM과 같은 실적 수혜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욜인텔리전스도 CXL 시장이 2022년 170만달러에서 2028년 158억달러 규모로, CXL 기반 D램이 같은 기간 15억달러에서 12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XL 메모리 모듈에 대한 수혜 강도가 기대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도 존재한다. CXL 생태계 자체가 꾸려지지 않아 본격적인 확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CXL 메모리 모듈이 HBM 대비 진입장벽이 낮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HBM은 D램 집적회로(IC) 선폭을 줄이는 기존 메모리 발전 방식 외에도 첨단 패키징 공법 요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CXL 메모리 모듈은 현행 기준 CXL 컨트롤러를 탑재한 구성 외에는 기존의 발전 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낮은 수율·수주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한 HBM과 달리, CXL 기반 D램은 범용 D램 가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 D램 양산 규모를 확대하는 점도 경계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CXMT 등이 DDR4 기반 D램 양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2~3년 내로 DDR5 및 10나노 중반대 이하로 진입하게 된다면 직접적인 경쟁 시장이 될 수 있어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과정과 협력 고객사를 선점한 HBM과 달리, CXL은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가 참여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D램이나 CXL, 칩렛 등 다방면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CXL D램 공정 수준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모듈의 원가·기술 차별화나 시스템과의 연동 등 다양한 선점 방안이 고려돼야만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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