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기업 6만시대]② ‘2대1→10대1’ 공공입찰 전쟁터...저가수주 악순환 우려
국내 소프트웨어(SW) 사업자 신청 수가 6만개를 돌파했다. 2015년 3만개에서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난 수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2%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영세기업인 상황에서 디지털전환과 AI시대를 맞아 SW산업 질적 성장이 과제로 남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SW기업 6만 시대 명암을 진단하고, 산업 성장의 질적 도약을 위한 방안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공공 소프트웨어(SW) 입찰에 기껏해야 2대1, 3대1 정도 했던 경쟁률이 최근엔 한 건에 10개가 넘는 기업들이 몰리는 경우가 부기지수입니다. 민간기업 경기가 안 좋으니 공공사업이라도 최대한 때나보려 애쓰다보니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것이죠.”
소프트웨어 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최근 공공 SW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A 대표는 “경기 자체가 작년은 혹한기, 올해는 빙하기”라며 “작년 초만 해도 1년 후에는 시장이 풀릴 거라 예상했지만, 정치적 혼란과 글로벌경제 불확실성으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KOSA)에 따르면 소프트웨어(SW) 사업자 신청기업이 올해로 6만개를 넘어섰다. 10년새 97% 성장이다. SW사업자 신청제도는 소프트웨어진흥법 제58조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제도로, 기업들이 SW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법적 자격을 부여받는 필수 절차다. 신청기업들은 이를 통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참여 자격을 획득하고,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KOSA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SW사업자 신청기업 61%가 ‘공공SW사업 입찰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19%), 민간SW사업 입찰참여(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대다수 SW기업이 공공 시장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SW사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공공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저가수주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공입찰 시장에서는 진입은 활발하나 퇴출은 미미한 구조적 불균형이 관찰된다. SW사업자로 신청하는 기업 수는 매년 2000~4000개사이지만 폐업의 경우 매년 60~90개사 정도가 발생한다. 단 폐업 등록은 공식적으로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폐업률 수치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
더군다나 민간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최근 공공시장 입찰엔 대기업들도 참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가격 경쟁 과열로 이어져 결국 품질 저하와 개발자 처우 악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가수주를 위해 인력을 줄이거나 인건비를 삭감하면 개발자들의 처우가 악화되고, 이는 다시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KOSA는 기업들의 사업자 신청과 실적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재무제표증명원, ▲사업자등록증, ▲중소기업확인서 등 3가지 주요 서류를 별도 제출 없이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신청 편의성을 높여, 기업들이 신속하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물론 SW사업자 신청제도 간소화는 시장 진입장벽 완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임효수 KOSA 산업정보팀장은 “신청 자체가 간소화되면서 공공입찰 경쟁은 치열해질 수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중소 소프트웨어 참여가 늘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공공시장에 참여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이 등장할 수 있고 기관 입장에서도 그런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KOSA가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98.1%가 제도에 대해 ‘보통’ 이상 만족도를 보였으며, 5개 기업 중 1개 기업(19%)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 생존 전략도 중요한 화두다. 특히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말 기준 비수도권 비상장 SW기업군 재무분석 결과 수도권 대비 안정성, 성장성, 수익성은 높지만 활동성, 생산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SPRi는 “비수도권 SW기업은 수도권 대비 도전적 투자엔 소극적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공공시장 의존도가 높은 SW기업들이 저가수주 경쟁 속에서 혁신적 시도보다는 단기적 생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공공SW사업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 스타트업 대표는 “SW 사업자 수가 2배 늘었는데 대다수가 공공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 맞지 않다”면서도 “하반기 정부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니 그때까지 버티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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