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SW기업 6만시대]① 10년새 2배 늘어난 사업자…내실은 ‘글쎄’

이안나 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사업자 신청 수가 6만개를 돌파했다. 2015년 3만개에서 10년 만에 약 2배로 늘어난 수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2%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영세기업인 상황에서 디지털전환과 AI시대를 맞아 SW산업 질적 성장이 과제로 남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SW기업 6만 시대 명암을 진단하고, 산업 성장의 질적 도약을 위한 방안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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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매년 소프트웨어(SW)기업 수는 늘고 있지만 정작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개수 늘리기에만 매몰돼선 안 됩니다.”

20년 이상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종사한 A씨는 최근 급증하는 SW사업자 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속적인 신기술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 진입하는 기업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 따르면 SW사업자 신청기업이 올해 6만개를 돌파했다. 2015년 3만459개사에서 2025년 현재 6만29개사로 10년 만에 97% 증가다. 생성형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 스타트업들 시장 진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와 민간 디지털전환 정책 추진으로 SW산업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산업정보시스템(SWIT) 통계는 이러한 증가세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평균 3544개사가 SW사업자로 신규 등록했다. 매년 적게는 2000개사, 많게는 4100개사가 시장에 진입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폐업은 평균 98개사에 그쳤다. 진입은 활발하나 퇴출은 미미한 구조적 불균형이 확인된다.

문제는 이같은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SW기업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난 10년간 매출 500억, 1000억 클럽에 들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생겼는지를 봐야 한다”며 “시스템통합(SI)이나 IT서비스 분야를 제외하면 규모 있는 SW기업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KOSA SW사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5억 미만 영세기업은 전체 SW기업 중 41%(1만9163개)를 차지했다. 반면 매출 100억 이상 기업은 8%(3779개)로 10%가 채 되지 않았고, 1000억 이상 기업은 1%(478개)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부분 SW기업이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다.

2024년 12월31일 기준 SW사업자 매출액 규모별 현황 [ⓒ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2024년 12월31일 기준 SW사업자 매출액 규모별 현황 [ⓒ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재무구조도 취약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최근 발표한 ‘지역 소프트웨어산업 현황과 지역주력산업 연계 성장 가능성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말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상장사 SW기업 모두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 영업이익률은 -405.33%로, 비수도권(-22.54%)보다 훨씬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낮을 경우 더 많은 투자와 영업비용을 감수하며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영업손실은 기업 재무를 악화시키고 기업 생존과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SPRi 유호석 책임연구원은 “IT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많아 비교분 차이가 커지다보니 비상장 기업으로 대상을 추출했다”며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수도권에서 매출액이나 성장성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SW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디지털 아웃룩’이 가트너 전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세계 SW시장은 전년대비 11.4% 증가한 2조5621억달러(한화 약 3672조원) 규모, 올해 2조9028억달러(약 4160조원)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대형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이 46.0%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어 영국(6.8%), 일본(6.0%) 순이다. 성장세로 보면 중국(4위)이 16.7%, 스위스(14위) 15.8%, 인도(9위)는 15.7% 순으로 높았다.

반면 국내 SW시장은 313억달러(약 44조원)로 세계 시장 1.2%에 불과한 13위에 그쳤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1%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로, SW 강국 도약이라는 정부 오랜 목표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성장률은 9.8%로 글로벌 평균을 밑돌고 있어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SW산업 진흥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창업 지원이나 기업 수 확대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R&D 투자 확대, 해외시장 개척 지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육성 등 실질적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는 규모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늘어나는 게 1차 과제고, 그 다음 세계적으로 시장 비중을 높여가하는 게 2차 과제인데 두개 모두 답보상태거나 하락하는 상태에서 신규 진입하는 기업만 늘어나는 건 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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