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行' 어깨 무거운 이재용, 빼앗긴 주도권은 어쩌나?…반도체 전문가 이사진 배치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불발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은 올해 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무죄에 이은 결과다. 이로써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리는 듯했으나,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다시 경영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오후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면서, 사법리스크 지속에도 불구 '책임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번 정례회의는 이 회장의 1·2심 무죄 판결 및 검찰의 상고 강행 이후 이뤄진 준감위의 첫 발언이다.
그간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쇄신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경쟁사 대비 뒤처진 HBM 경쟁력 등을 이유로 '삼성 위기론'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등기임원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투자자들과의 관계, 사법리스크 등 여러 장애물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걸로 생각한다"면서도, 등기임원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로는 삼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해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단시일내 책임경영 실현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 내부에서 많은 분들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지휘하기를 원하는 목소리를 전달받았다"면서도, "등기임원 복귀는 회사에서 저보다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같은날 진행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빠졌다. 이로써 이 회장의 3월 주주총회 등기이사는 복귀를 비롯해 현장 경영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잃어버린 10년, 반도체 주도권도 잃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기간은 장장 10년이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이 회장의 리더십은 어디에도 없었다. 법정 출석만 100여 차례인만큼, 경영 일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검찰의 상고로 인해 이 회장의 경영 족쇄가 다시 현재진행형으로 바뀌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때 이 회장의 목표는 "2030년 파운드리 1위"가 되는 것이었다. 지난 2019년 발표했던 '반도체 비전 2030'에 그 뜻이 담겼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사법리스크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이 회장이 법정 출석에 몰두하는 사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삼성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 TF는 비용 절감과 단기 성과를 우선시하면서 기술 투자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로써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은 64.9%다.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3%. 1,2위의 차이가 55.6%포인트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동력을 잃었다.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는 뚝 끊긴 상태다. 재무 판단을 중시하는 사업지원 TF 휘하인 탓에 결정적인 의사결정을 빨리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리더 공백 속에서 업계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HBM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D램은 중국이 뒤쫓는다. 비단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업 주도권도 애플에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출하량 기준 근소한 차이로 삼성을 제쳤다. 그 뒤로는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바짝 뒤쫓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이어진 경영 족쇄는 상당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법원 재판은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살피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기에 2심 판결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럼에도 혐의가 19개에 달하는 만큼 연내 전면 책임경영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 반도체 전문가 이사진 전진 배치
이재용 회장의 책임경영 실현은 힘이 빠졌지만, 삼성전자는 기술경영으로 반도체 위기 탈피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이번 주총에는 전영현 삼성 반도체(DS)부문장 겸 메모리 사업부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이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에 합류하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도 반도체 전문가다.이교수는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를 배치함으로써, 오너리스크 속에서도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기술경영부터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아울러 이 회장의 행보도 기대를 모은다.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직후인 지난 4일 샘 올트먼 오픈 AI CEO와의 회동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올트먼 CEO를 비롯해 소프트뱅크 회장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을 논의했다.
스타게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AI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차세대 AI 개발을 위한 기반 시설 구축 및 데이터 센터 건설 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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