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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1년 새 부실채권 1.2조원 증가… 올해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더 악화 우려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국내 주요 은행에서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 무려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 속 건설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좀처럼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부실채권이 꾸준히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주류 의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작년 3분기 말 기준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5조5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6%(1조2402억원) 불어난 수치다.

통상적으로 은행권 대출은 부실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에서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대출은 돈을 회수하기 힘들기에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은행 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1조4840억원으로 집계돼 은행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1조4788억원), 신한은행(9605억원), 하나은행(9402억원), 우리은행(7186억원) 순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작년 부실 여신에 허덕였던 데에는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기준 5대 은행이 보유한 5조5821억원의 부실채권 중 약 73%(4조520억원)가 기업부문에서 발생했다.

특히 건설업 부문의 타격이 심각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 대출 중 부실채권 규모는 4284억원으로 나타나 1년 전보다 무려 54.1%나 증가했다.

물론 작년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약 2년 만에 인하하면서 기업들의 숨통이 다소 트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에도 부실채권이 줄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주요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정책이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환율을 급등시키는 모양새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역시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향후 금리의 방향성을 고심 중에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 역시 환율 상승 및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부실채권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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